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5-03-24 16: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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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공매도 전면 재개를 앞두고 증권가가 벌써부터 '공매도 수혜주' 후보군 추리기에 나섰다.
공매도 세력과 개인투자자 간의 공방전 와중에 일부 종목 주가가 급상승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주가의 하락을 원하기 마련인 공매도 주체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일부 종목이 큰폭으로 뛴 적이 있다.
▲ 공매도가 제도 보완을 거친 뒤 전면 재개를 앞두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31일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다.
공매도란 차입을 활용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기법이다.
가령 현재 주당 1만 원짜리 A 주식을 누군가에게 빌린 뒤에 이를 시장에 팔아 1만 원을 취득한다. 이후 A 주식이 8천 원으로 내리면 이를 매수해서 상환한다. 결과적으로 2천 원의 이익을 남긴다.
반면,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를 경우에는 손실을 보게 된다.
따라서 공매도는 현재 주가가 과열로 생각되는 종목에 주로 들어오는 경향이 있으며 공매도 잔고가 늘어나는 종목은 주가의 하락폭이 더욱 강화되곤 한다.
지금까지 공매도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 유럽 재정위기(2011), 코로나19 위기(2020~2021) 등에 걸쳐 세 차례 금지됐다. 증시가 출렁이는 시기에 변동성을 잡기 위해서다.
다만 2023년 말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번 공매도 금지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주로 영향을 끼쳤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공매도는 전자방식이 아닌 수기로 잔고를 집계했으며 엄연히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이에 당국이 공매도를 일시 중단한 뒤 제도 정비를 마친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공매도 금지가 이뤄지기 전인 2023년에는 소위 ‘숏스퀴즈’가 발생하면서 일부 종목의 주가를 크게 끌어올린 바 있다.
공매도 투자자들의 예상과 달리 A 주식의 주가가 오를 경우 이론상으로 공매도 투자자의 손실은 무한대로 불어날 수 있다.
그러면 공매도 투자자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A 주식을 사들여 상환(숏커버링)해야 하는데, 이같은 수요가 많아질수록 공매도 잔고는 빠르게 줄고 주가 상승폭은 더욱 가팔라지는 상황이 된다. 이를 숏스퀴즈라 부르는 것이다.
2023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에코프로 사태'가 대표 사례다. 당시 배터리 소재 등을 개발하는 기업 에코프로엔 공매도가 많이 쌓였으나 개인투자자들이 주가를 끌어올리면서 오히려 숏스퀴즈가 발생했다.
▲ 공매도가 전면 재개됨에 따라 증권가가 제 2의 에코프로 찾기에 나섰다.
따라서 증권가에서는 향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찾아 나서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대차잔액(공매도의 선행 지표)이 증가했으나 실적은 탄탄하며 주가 과열로 볼 수 없는 종목들이 있다는 것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런 종목들은 공매도 물량이 나오더라도 주가 상승이 멈추지 않아 숏스퀴즈가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며 “2023년 2차전지 종목을 통해 확인했던 사례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1일까지 기간 동안 코스피 종목 가운데 대차잔액 증가율이 높은 10개는 이수페타시스(130.9%), HD현대미포(110.4%), 한미반도체(108.4%), 두산(92.8%), LG이노텍(72.8%), 한화오션(70%), 현대차(69.7%), 한국항공우주(67.3%), 엔씨소프트(66%), 삼성E&A(63.6%) 순이다.
같은 기간 동안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해 실적 전망이 개선된 종목을 위 가운데서 추리면 이수페타시스(3.4%), HD현대미포(2.7%), 두산(5.5%), LG이노텍(3.1%), 한화오션(9.3%), 현대차(0.3%), 한국항공우주(3.7%), 삼성E&A(1.5%)이다.
이 가운데서도 주가수익률(PER)이 현재 코스피 평균(약 14배)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종목은 과열 부담도 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HD현대미포(16.2배), LG이노텍(7.9배), 현대차(4.3배), 삼성E&A(6.4배)가 이에 해당한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