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3-24 15: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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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사의 HBM을 탑재한 중국용 엔비디아 AI 칩의 호황과 중국 기업에 차량용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며 중국발 수혜를 누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발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올라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탑재한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인공지능(AI) 칩 'H20'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회장이 직접 레이쥔 샤오미 CEO 등을 만나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타진하는 등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4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엔비디아의 중국용 AI 칩 ‘H20’의 판매량이 급증하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공급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제작한 AI 칩이다.
중국 궈성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H20 8개를 탑재한 서버 가격은 약 110만 위안(약 2억2천만 원) 수준으로, 올해 초와 비교해 최소 10만 위안 이상 가격이 뛰었다.
‘딥시크’ 등장 이후 중국 내 AI 투자 붐이 일어나며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 H20 구매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 IT 대기업 ‘텐센트’가 AI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H20을 ‘싹쓸이’해 중국 내 H20의 단기 '쇼티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텐센트 외에도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AI 인프라 건설을 위해 대규모 H20 구매에 나서고 있다.
H20 호황은 삼성전자 HBM 매출 증가로 직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부터 H20에 탑재되는 4세대 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H20용 HBM3 공급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5세대 HBM3E 생산에 집중하며, 이전 세대 HBM 생산 비중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전체 HBM 가운데 5세대 HBM3E 비중은 8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마이크론은 생산능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HBM3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금융증권사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MD의 AI 칩 ‘MI300’, 테슬라의 AI 칩 ‘도조1’,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칩 ‘마이아200’ 등 빅테크 기업의 맞춤형 AI 반도체(ASIC)에 HBM3를 공급하고 있다.
또 엔비디아의 5세대 HBM3E 인증 획득과 함께 2분기부터 본격적 공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올해 HBM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또 중국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공급 확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 참가했다. 그는 일정 중간에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샤오미의 전기차 공장을 찾아 레이쥔 CEO를 만났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 기념사진 촬영 전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샤오미 등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과 메모리반도체 공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퀄컴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메모리반도체에서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퀄컴의 프리미엄 차량용 플랫폼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에 차량용 저전력 D램인 LPDDR(Low Power Double Data Rate) 공급을 시작했다. 또 최근에는 업계 최고 속도의 LPDDR5X 울트라 프로 D램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열린 ‘자동차 전장 포럼 2024’에서 차량용 7세대 HBM4E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기존 LPDDR보다 5배 가량 큰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을 늘린 차량용 HBM이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의 중국 매출은 64조9200억 원을 넘었다. 이는 전년보다 53.8% 증가한 수치다. 미국 매출인 61조3500억 원을 넘은 것으로, 중국이 삼성전자의 최대 매출 국가로 올라선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중국 매출 가운데 약 60% 가량은 메모리반도체 판매로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