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성장동력의 질적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 회장이 내세운 3대 성장동력 가운데 특히 전지 재료 및 친환경 소재와 관련해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강화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올해 사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LG화학 >
24일 안타라뉴스와 콘탄 등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동춘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최근 자카르타를 찾아 현지 정부 각료들과 잇달아 전기차 배터리와 친환경 소재사업과 관련한 협력 및 투자 문제를 협의했다.
김 부사장은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Airlangga Hartarto)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전기차 소재부터 지속가능항공유(SAF), 생분해성플라스틱(PBAT) 등 사업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사장은 "인도네시아는 특히 녹색 산업 분야에서 LG화학의 전략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서 연간 10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 공장 인근에 두 번째 공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데 완공되면 생산능력이 연 30GWh 규모로 확대된다.
이에 맞춰 LG화학도 카라왕 산업단지에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연내에 현지에 음극재 공장도 합작 투자를 통해 건설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컨소시엄을 이뤄 니켈 채굴 및 정련시설과 양극재 전 단계 소재인 전구체 생산시설 구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 부사장은 로산 루슬라니(Rosan Roeslani)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과도 만나 전기차 배터리 소재 투자와 관련해 협의했다.
김 부사장이 인도네시아 정부 장관들과 잇단 회동을 갖고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신 부회장의 배터리 소재를 비롯한 3대 성장동력 강화 의지와 맞물린 행보로 읽힌다.
신 부회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 뒤 기자들을 만나 현금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고려해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1조 원 이상 줄일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신 부회장은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3대 성장동력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업황이 침체한 기초석유화학 분야의 설비투자는 줄이되 배터리와 친환경소재 등 성장동력 강화에 필요한 투자는 줄이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기차 산업은 전 세계적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에 빠져 있으나 곧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신학철 부회장도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 고객인 배터리 회사나 OEM(완성차 업체)에서 내년 초나 내년 중반 정도에 약간이라도 회복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부회장은 "캐즘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연구개발(R&D)과 생산기기 구축 등 투자 계획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전기차 시장 회복과 함께 장기적으로 배터리 시장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소재 시장은 올해 934억달러(약 123조원)에서 2030년 1476억달러(약 19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김동춘 LG화학 부사장(오른쪽)이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장관(가운데)과 만나 전기차 소재부터 지속가능항공유와 생분해 플라스틱까지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인도네시아는 원료인 니켈의 풍부한 매장량을 무리로 삼아 배터리 산업을 국가 주요 산업으로 점찍고 전기차 육성에 힘주고 있다. 글로벌 기업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로산 장관은 김 부사장과 만남에서 "전기차 산업은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성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런 정책 기조를 타고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인도네시아를 기회의 땅으로 삼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 아니라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팜유 생산국으로 LG화학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지속가능항공유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지속가능항공유는 생물학적 원료로 만든 연료를 말한다.
LG화학은 이탈리아 업체와 합작해 충산 서산에 연간 30만 톤 규모의 지속가능항공유 원료 공장을 2026년 완공할 계획을 세웠다.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면 원료 조달 문제가 원활해질 수 있다.
또 인도네이사 현지 언론을 보면 LG화학은 현지 정부와 생분해성 플라스틱 투자와 관련해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2025년은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과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전기차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의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므로 선제적이고 긴밀한 대응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미래 성장을 도모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