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하드디스크업체 시게이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중국업체에도 협력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박성욱 사장은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점점 어려워지자 외부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 시게이트와 협력해 시너지 기대
14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시게이트가 서버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
|
|
▲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SSD는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저장장치로 데이터 처리속도가 빠르고 전력소모가 크게 적어 글로벌 서버시장에서 기존의 하드디스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D낸드 기술을 적용한 고성능 SSD를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연구개발과 생산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주력사업인 D램과 달리 시장점유율이 낮고 경쟁력 확보에도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도시바,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에 밀려 10.5%의 점유율로 5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시게이트의 경우 하드디스크에서 압도적 기술우위를 차지하며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서버용 하드디스크 공급으로 올리는 등 서버용 저장장치분야에서 장점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SSD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시장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사업전망이 어둡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SD의 생산원가가 점점 줄어들며 하드디스크와 가격격차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협력이 이뤄질 경우 시게이트의 폭넓은 기존 서버용 고객사 기반에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이 합쳐져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타임스는 “하드디스크업체 웨스턴디지털은 낸드플래시업체 샌디스크를 인수하며 강력한 시너지로 급성장했다”며 “SK하이닉스와 시게이트도 이런 길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과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산업 발달에 대응해 서버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며 내년부터 서버용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적기에 고객사를 확보할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를 모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돼 실적을 큰폭으로 개선할 수 있다.
◆ 기술과 생산능력 확보 과제
박성욱 사장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3D낸드 적층기술력 확보와 생산시설 증설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3D낸드 기술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대규모 생산시설에도 SK하이닉스보다 훨씬 큰 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시장에서 당분간 독주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
|
▲ SK하이닉스의 서버용 D램과 SSD 솔루션. |
SK하이닉스는 현재 기술력에서 2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도시바-샌디스크, 마이크론-인텔 등 경쟁사들이 연합을 통해 기술과 생산시설확보에 투자를 강화하며 추격당할 위기에 직면했다.
시게이트와 합작사 설립은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실제 낸드플래시의 기술력과 생산시설 확보에 도움을 주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박 사장이 SK하이닉스의 독자경쟁력 확보에서 외부와 협력을 더 확대하는 쪽으로 선회해 추격을 방어하는 데 힘을 쏟을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미국정부의 반대로 마이크론의 인수가 무산된 뒤 3D낸드 시장진출을 위한 꾸준한 협력방안을 찾고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업체와 기술협력이 어려워지며 SK하이닉스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이전에 칭화유니그룹의 협력제안을 거절했다고 밝지만 중국정부의 막대한 자금지원으로 대규모 생산시설을 확보한 중국업체의 제안을 끝까지 고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 반도체기업은 SK하이닉스 등에 기술협력이나 합작법인 설립, 생산시설 공동투자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며 “중국의 진출에 대한 업계의 반발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업체와 협력으로 대규모 생산시설을 확보할 경우 SK하이닉스는 생산투자 부담을 덜어 연구개발비를 늘릴 수 있고 이른 시일 안에 시장점유율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경제전문지 시킹알파는 “모든 낸드플래시업체가 투자를 확대하며 시장점유율 변화가 정체되고 있다”며 “중국업체와 협력이 외형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