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폐기물 처리장에 분류가 끝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8월 중 최종 협상을 앞둔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생산 감축을 위한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각국 정부의 의견이 나왔다.
그린피스는 24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에 참여하는 27개국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실질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케임브리지대는 자체 기준에 따라 소득 분류와 지역 등을 고려해 조사 대상 국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국가 대표단들은 모두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건강을 위협한다”고 응답했다.
플라스틱으로부터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을 묻는 질문에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플라스틱 내 유해 화학물질 제거”를 우선 순위로 선택했다. “폐기물 관리 개선”이나 “화학적·기계적 재활용”같은 방안보다 더 높은 우선 순위를 기록했다.
또한 응답 국가 가운데 대다수는 “바이오 플라스틱은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현재 100% 생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은 존재하지 않는데다 시중에 유통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에 생분해성 바이오매스가 합쳐진 반쪽짜리 바이오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우리의 장기와 혈액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으며 심지어 태아의 몸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확인됐다”며 “플라스틱이 우리 가족과 지역 사회의 건강을 해치고 있어 공공 건강을 보호하려면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강력한 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는 가장 유력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석유화학업계의 개입을 지목했다. 지난해 INC-5에는 석유화학업계 로비스트가 220명 참가했으며 이는 196명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 대표단보다 많았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적으로 하는 협약으로 2022년 유엔 환경총회를 통해 결성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한국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가 마지막 협상 자리가 될 예정이었으나 올해 8월로 최종 협상이 연기됐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 조항을 포함하자는 유럽연합(EU), 페루, 르완다 등 100여 개국과 협약의 역할이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에 그쳐야 한다는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국가들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안이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최근 한국 정부는 INC5.2 시기와 장소를 발표하면서 생산 감축없는 협상 전략을 언급해 우려를 샀다"며 "플라스틱은 우리 건강을 위협하고 있으며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산 감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