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겸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시대에 조선업 안전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HD현대 >
[씨저널] 정기선 HD현대 및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조선업의 안전문제와 결별할 수 있을까?
정 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안전경영을 내결고 안전관리 시스템 강화에 힘쓰고 있다.
HD현대그룹 차원에서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안전관련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안전사고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HD현대중공업 안전문제는 왜 개선되지 않나
조선업의 특성상 사고가 발생하면 중대재해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조선소는 ‘죽음의 굴레’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선박 건조 및 수리업의 사망만인율은 3.68‱로, 제조업 평균(1.27‱)의 약 3배에 달한다. 사망만인율은 근로자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의 비율을 뜻하는 지표다.
그만큼 선박건조산업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조선업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HD현대그룹의 안전문제는 풀어야할 숙제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HD현대중공업이 산재승인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7.7%에서 2022년 40.3%, 2023년에는 40.8%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산재신청 건수는 2023년 기준으로 한화오션의 2배, 삼성중공업의 3.84배에 달한다.
정기선 HD현대그룹 조선 계열사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맡은 만큼 안전문제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고 할 수 있다.
◆ 안전문제와 경영자의 책임
조선업의 특성상 안전문제 노출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 HD현대중공업에서 안전문제로 대표이사가 자리를 걸고 책임을 지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은 계속 나왔다.
현대중공업에서 2020년 안전사고 발생에 책임을 지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일이 가장 높은 직책의 책임경영 사례로 꼽힌다.
당시 부사장은 2020년 하청업체 근로자 1명을 비롯해 모두 4차례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 뒤 HD현대중공업은 부사장이 담당하던 조선사업대표를 사장이 맡도록 직급을 격상하고 기존 생산본부를 안전생산본부로 확대 개편하는 등 안전문제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1월 안전업무를 총괄하는 최고안전책임자(CSO)에 경영지원본부장이었던 노진율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배치했다.
같은해 3월 안전정책을 총괄하는 안전기획실과 현장 안전을 담당하는 각 사업부의 안전조직을 통합해 안전통합경영실로 개편하고 실장으로 노진율 사장을 임명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이런 노력의 결과 HD현대중공업에서는 2022년 4월부터 2023년까지 약 1년9개월 동안 1건의 중대재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4년 2월 울산조선소에서 9천 톤 규모의 해양구조물 부유식 원유생산설비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사고가 다시 일어났다.
이와 관련해 회사의 책임 있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는 울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조선소의 열악하고 엄중한 현실을 법원과 사회, 경영진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세계적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홍보영상에 등장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모습. <팔란티어>
정 수석부회장이 HD현대그룹 지주사인 HD현대 대표이사와 그룹 조선사 중간지주사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맡을 당시 그룹의 모체인 HD현대중공업에서 직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을 두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연관해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가 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못해 발생한 경우 강도 높은 형법에 따라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의 범위에 해당 회사의 대표와 경영책임자의 책임은 인정될 수 있지만 모회사 대표가 책임이 있는지를 두고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변호사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실제로 모회사의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법률 문언의 해석을 넘어서는 확장해석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며 중대재해가 빈번한 업계에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업무를 자회사에 몰아두고 전문경영인을 두는 추세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