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ournal
Cjournal
기업과산업  중공업·조선·철강

[씨저널] HD현대 오너경영 8부 능선에 오른 정기선, '금수저 승계' 아닌 길 찾을까

조장우 기자 jjw@businesspost.co.kr 2025-03-24 08:00:00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씨저널] HD현대 오너경영 8부 능선에 오른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8101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기선</a>, '금수저 승계' 아닌 길 찾을까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오너경영 시대에 경영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재계의 시선이 모인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겸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누가 봐도 '금수저'다. 한국경제의 거목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할아버지이고 HD현대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국회의원이 아버지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HD현대그룹 오너경영 체제를 여는 길목을 서 있다. HD현대는 정몽준 전 의원이 정치활동을 하는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정 수석부회장이 HD현대그룹 모체인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왔고 이제 오너경영 체제로 가는 8부 능선에 와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금수저'이기 때문에 HD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경영인 체제로 되돌아갔다는 말을 듣기 원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퓨처빌더로서 바다의 근본적 대전환, 즉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인류 영역의 역사적 확장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성장에 앞장서겠다."

202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 CES2023에서 ‘바다의 근본적 대전환’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한 말이다. 2022년 HD현대그룹 지주사 HD현대 대표이사가 됐는데 그 뒤 내놓은 비전이라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정 수석부회장이 '명예로운' 오너경영 체제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스스로 내놓은 비전에 걸맞는 과시적 성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분을 정정당하게 확보하는 일이다.

◆ 미래 조선산업 주도권을 향해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우선 신사업 확장의 성과가 꼽힌다. HD현대는 수소에너지,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기업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은 선박 건조에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CES2024 기조연설에서 인류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인공지능을 결합한 조선 및 선박 기술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로 문명의 토대를 바꿀 혁신에 나설 것이다”며 비전 달성을 위한 구체적 기술로 ‘엑스와즈’와 ‘엑스 와이즈 사이트’를 공개했다.

엑스 와이즈는 장비 운영 무인 자율 작업을 지원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으로, 앞으로 HD현대의 모든 산업 솔루션에 기반 기술로 적용된다. 

이 기술이 적용된 건설 장비들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최적의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지능형 현장 관리 솔루션이 엑스 와이즈 사이트다.

조선업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려고 노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일찍부터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HD현대는 2021년부터 팔란티어와 미래형 조선소(FO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래형 조선소란 데이터, 가상증강현실, 로보틱스, 자동화,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이 구현된 미래형 첨단 조선소를 일컫는다.

HD현대는 이와 같은 미래형 조선소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면 선박 건조현장의 생산성이 30% 향상되고 건조기간도 30% 단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해양과 조선 시장의 탈탄소 기조에 발맞춰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는 기존 화석연료 추진체를 대체할 수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 등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오고 있으며 관련된 선박 수주 성과 소식도 연이어 전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중남미 소재 선사와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3척 건조계약을 4900억 원 규모로 맺은 등 2024년에만 10척 넘는 VLAC를 수주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암모니아는 탄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아 연소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연료다. 따라서 암모니아 추진 운반선은 앞으로 수소선박으로 패러다임이 옮겨가는 과정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2024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전자박람회 CES2024 기조연설에서 "해상에서 육상까지 전 지구를 아우르는 수소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래를 위한 탈탄소 글로벌 에너지 가치사슬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추진하는 인공지능 접목과 탈탄소 관련 신사업들이 기존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하고 실질적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 중국 조선업계의 거센 추격

중국 조선소들의 추격을 뿌리치는 일도 정기선 부회장의 당면한 과제다.

중국 조선소들은 저가 공세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HD현대는 친환경 선박 수주 등 고부가가치 전략을 통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조선소들의 기술력 향상과 정부 지원에 힘입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기술 경쟁력 강화와 원가 절감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기술중심 경영과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HD현대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그룹의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집중하며, 탈탄소 부문 독자 기술 개발, 암모니아 스크러버 개발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HD현대는 2024년 연결기준 매출 67조7656억 원, 영업이익 2조9832억 원을 거뒀다. 2023년보다 매출은 10.5%, 영업이익은 46.8% 늘었다. 

재무적 체질도 개선됐다.

기업신용평가업체 한국기업평가는 2025년 2월 HD현대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이는 한국기업평가가 2023년 5월 2년 만에 HD현대의 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올린 뒤 1년7개월 만에 다시 상향한 것이다.

◆ STX 중공업 인수 성공에서 보여준 경영능력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인수합병 방면에서도 경영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3년 8월 STX중공업(현재 HD현대마린엔진) 지분 35%를 813억 원에 인수하면서 기존에 보유한 대형 선박용 엔진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엔진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당시 HD현대그룹은 한화그룹과 인수전에서 경쟁하면서 친구 사이인 정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대결구도가 형성돼 주목을 받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다양한 선박엔진 밸류체인을 만들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만큼 인수합병을 각별히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에서도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을 인수함으로써 실적 향상의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TX중공업은 선박엔진과 터보차저 및 크랭크 샤프트 등 기자재뿐만 아니라 선실을 제작하는 눙력을 갖추고 있어 HD한국조선해양의 실적 향상에 속도를 더하게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정 부회장은 STX중공업 인수 뒤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정 부회장은 HD현대마린엔진(STX중공업 인수 뒤 변경된 회사 이름) 공장 내 본관 앞에 커피차를 동원해 직원들에게 가벼운 인사와 간식을 나눠줬다. 그는 “HD현대마린엔진에 갖는 기대가 정말 크다”며 “그룹의 큰 축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씨저널] HD현대 오너경영 8부 능선에 오른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8101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기선</a>, '금수저 승계' 아닌 길 찾을까
▲ 2022년 1월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 현장에서 정기선 HD현대 대표가 그룹의 미래 비전 ‘퓨처 빌더(Future Builder)’를 소개하고 있다. < HD현대 >
정기선의 경영능력 보여준 HD현대마린솔루션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경영수업을 받는 과정에서 경영자로서 능력을 보여줬다.

2016년 당시 현대중공업은 창립 이래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조선업 특유의 경기 변동성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불과 2년 사이 5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때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파격적 제안을 내놓는다. 선박의 애프터서비스(AS)와 부품 공급 부문을 분리해 독립 회사로 육성하자는 것이었다. 

국내 조선업계에선 전례가 없던 시도였고, 싱가포르와 네덜란드 등 글로벌 강자들이 이미 자리 잡은 시장에 도전하는 일이었기에 내부 반대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정 수석부회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 조선사들의 거센 추격에 맞서 그룹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해자(垓子)’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성 바깥의 방어 수단처럼, 조선업 본체를 보호할 외곽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전략이었다.

1년에 걸친 설득 끝에 새로운 회사가 설립됐다. 바로 HD현대마린솔루션이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이 회사를 직접 이끌며 성패에 대한 책임을 짊어졌고 이 회사는 HD현대의 사업 다변화와 회복의 중요한 발판이 됐다.

◆ HD현대 승계 지분 확보는 어떻게

정기선 수석부회장에게 HD현대 지분 확보는 오너경영 체제로 가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6.12%에 불과하다.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26.6%를 들고 있다. 

지분 승계와 관련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정몽준 이사장이 보유한 HD현대 지분을 정기선 수석부회장에게 증여하는 것이다. 이 경우 막대한 증여세가 발생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30억 원을 초과하는 대주주 경영권 주식에 대해 최고 60%까지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이사장이 보유한 HD현대 주식 가치가 1조6500억 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정 수석부회장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8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HD현대와 한국조선해양에서 받은 연봉을 합하면 22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HD현대에서 받는 200억 원 안팎의 배당금과 최대로 빌릴 수 있는 주식담보대출 약 1700억 원을 감안하더라도 직접 매입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과 무관하게 배당을 확대할 경우 대주주 이익만 챙긴다는 곱지 않는 시선이 쏟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분을 확보하는 다른 길을 찾고 그 과정에서 편법이 동원된다면 오너경영 체제로 가는 데 여론의 시선도 싸늘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9년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해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으로 나누는 과정에서도 노조에서는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수혜를 받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낸 적도 있다. 조장우 기자

최신기사

4월 전국 아파트 입주 전달의 절반으로 뚝, 서울·경기 합쳐 2천 세대도 안 돼
최태원 SK 사내이사 재선임, SK 이사회 의장은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
교보증권 "파마리서치, 리쥬란의 시술 인지도가 화장품 구매로"
[조원씨앤아이] 차기 대선 놓고 '정권교체' 54.2% vs '정권연장' 40.2%
엔비디아 주가 반등에 '트럼프 관세' 역풍, 블랙웰 AI 반도체 수요에 변수
증권사 "애플 AI 데이터센터 적극 투자로 전환, 엔비디아 GB300 대량 주문"
HMM 주주총회서 소액주주 "밸류업 운운 책임져야", 김경배 "재투자가 우선"
마이크론 "HBM3E·SOCAMM 동시생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추격 빨라진다
탄녹위 에너지 분과회의 개최, "제도 개선을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조원씨앤아이] 정당지지도, 국민의힘 39.0% 민주당 43.6%, 오차범위 밖
Cjournal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