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차기 여권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차기 여권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급부상과 유사한 흐름으로, 보수 지지층이 '확실한 우리 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수 장관은 윤 대통령을 끝까지 지킨 '선명성'으로 여권 내 지지를 얻고 있어, 향후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국민의힘 안팎 분위기를 종합하면 최근 차기 여권 대선주자로 김 장관이 도드라지고 있다.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 '윤 대통령을 끝까지 지킨 인물'이라는 점에서 김 장관이 차기 여권 대선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 같은 기류는 김 장관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지지층의 정서와도 닮아있다. 당시에도 후보 선택의 기준이 비전이나 경쟁력보다 '확실한 우리 편'이라는 감정적 연결에 무게가 실렸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여론조사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권 대선주자 1위를 차지했었다. 그 뒤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오세훈 시장·김무성 전 대표·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이후 바른정당 창당 당시 손을 보탰던 인물들로, 흔히 '중도보수'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이 가속화되며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태도'를 기준으로 당내 세력이 재편됐다.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 등이 박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선택할 때, 홍 경남지사는 박 전 대통령 '옹호'를 택했다.
▲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2014년 7월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새누리당 대표 최고위원에 선출된 뒤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전 대표는 2017년 1월18일 오전 수성대학교 성요셉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대구시당 창당대회에서 "박 대통령은 유승민 의원처럼 잘못된 것을 지적할 때나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소신을 드러낼 때 그것을 자신에게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민주적 사고를 갖고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2017년 3월1일 "탄핵을 결심한 날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 한 번도 흔들려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옳은 일을 했기 때문에 바른정당 동지 여러분께서 저와 옳은 길을 가주시면 지옥이라도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지사는 2017년 2월22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주최하는 특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다"며 "이는 정치대란이다. 무능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박 대통령을) 못 끌어내린다"고 말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대선주자 레이스는 크게 요동쳤다. 탄핵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위, 홍 지사가 2위를 기록했다. 다만 황 대행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지지는 홍 지사로 쏠렸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대선을 앞두고 국가 비전이나 승리 가능성보다 '확실한 우리 편'을 선택하려는 감정적 기준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지지층은 선명한 태도를 보인 홍 지사를 중심으로 결집했다.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의 여론조사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차기 여권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유지했으나, 윤 대통령 탄핵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김 장관이 1위로 치고 올라섰다.
김 장관의 지난 행보는 강성 보수 지지층의 마음을 빼앗기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지난해 12월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는 야당 의원 요구에 국무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응하지 않았다. 당시 김 장관은 앉은 채 고개를 숙이지 않아 '꼿꼿 문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두고도 "기본적 예우는 갖춰야 하는데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 탄핵이 우리 국민에게 무슨 유익함이 있겠냐"며 윤 대통령을 감쌌다. 이런 과정을 거쳐 김 장관은 강성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확실한 보수 주자' 이미지를 굳혔다.
▲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윗줄 가운데)이 2024년 12월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과요구를 거부한 채 다른 국무위원들과 달리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탄핵이 여권 지지층의 분노를 자극했고, 이에 따라 강한 '선명성'을 보이는 김 장관이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것으로 해석된다. 요컨대 전시에는 '선명성', 평시에는 '중도 확장성'이 대선후보에게 중요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 때 모두 '전시'인 상황이다.
김 장관은 끝까지 윤 대통령을 지킨 '의리'와 '선명성'을 바탕으로 유력 차기 대선주자가 됐다. 문제는 이 선명성이 실제 대선 경선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여권 지지층의 분노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 즉 김 장관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선 경선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김 장관의 '선명성'은 실제 대선 경선에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가 2017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돌풍을 보여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2017년 3월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이인제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압도적으로 제치며 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홍 지사는 당시 국민 여론조사 46.7%와 책임당원 투표 61.6%로 총 득표율 54.15%라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여줬다. 당시 2등을 기록했던 김진태 의원의 총 득표율은 19.30%였다. 재미있는 점은 당시 김 의원도 "박 전 대통령 파면은 법리를 무시한 정치판결", "박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며 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아울러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경선까지 시간이 거의 없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2017년 3월10일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같은달 31일에 전당대회를 열었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경선 과정을 마친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끝까지 이분(윤 대통령)을 보내드리지 못하고 붙들고 있었으니까 이거 정치적 탈상하는 과정이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이라며 "그 기간에 경선 끝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첫 번째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2016년 10월3일 발표한 것으로, 발표 전달 26~30일 전국 성인 2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다.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2.0%포인트다. 두 번째 여론조사는 코리아리서치가 2017년 3월13일 발표한 것으로, 발표 전달 11~12일 전국 성인 20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다.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2.2%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