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가 리밸런싱 효과로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SK그룹의 지주사인 SK가 계열사의 인공지능(AI) 중심 사업 ‘리밸런싱’ 효과로 올해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SKC, SK팜테코 등 자회사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강한 사업재편 추진 의지에 따라 올해도 계열사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4분기 계열사 부진으로 적자 전환한 SK가 실적 반전을 위한 계열사 정리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매출 124조6900억 원, 영업이익 2조36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각각 3.2%, 50.3%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손실 4500억 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판매 증가로 모회사인 SK스퀘어가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SK이노베이션, SKC, SK팜테코 등 상당수 자회사 실적이 부진했다. SK는 늘어난 지분법 손실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155억 원으로 전년보다 83.4%나 줄었다. 특히 2차전지를 담당하는 자회사 SK온의 부진이 뼈아팠다. SK온은 지난해 1조86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보다 적자폭이 86.8% 늘었다.
2차전지 소재를 담당하는 SKC도 지난해 영업손실 2768억 원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가 전년에 비해 531억 원 늘었다. 바이오를 담당하는 SK팜테코 역시 지난해 92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M&A)을 통한 그룹 성장에 집중해왔지만, 막대한 투자에 비해 성과는 비교적 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계열사들이 사업 투자 규모를 빠르게 늘리면서 차입금도 한껏 늘어났다.
SK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단기 차입금 규모는 20조 원 가량으로 전년보다 15% 늘었다. 사채와 장기차입금 규모 역시 14조7800억 원으로 13% 증가했다. 비유동부채를 포함한 전체 차입금은 82조8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4.9% 늘어났다.
SK그룹은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AI 관련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최 회장은 2026년까지 AI와 반도체 투자를 위한 80조 원의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수익성이 악화한 계열사를 비롯해 비핵심 자산 매각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도 AI 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비핵심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하는 리밸런싱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SK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초 회사의 연결대상 회사 수는 716개였다. 주요 계열사는 219개에 달했다. 이는 국내 주요 그룹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다.
삼성그룹 계열사 수는 63개, 현대차그룹은 70개, LG그룹은 60개다.
지난해 진행된 SK그룹의 계열사 정리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결대상 회사 수는 649개까지 감소했다. 39개의 신규 회사가 추가됐지만, 106개의 회사가 줄어든 것이다.
SK는 지난해에만 26개 주요 계열사를 청산했고, 57개 계열사를 매각했다. 또 SK 계열사 간 흡수합병으로 19개 회사를 연결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표적으로 SK네트웍스는 보유했던 SK렌터카의 지분 모두를 8200억 원에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매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사회를 통해 SK스페셜티 지분 85%를 2조7천억 원에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승인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 합병, 지난해 11월 매출 105조 원 규모의 거대 합병법인을 만들었다. 석유화학, 액화천연가스(LNG), 배터리 등을 종합하는 회사로 운영된다.
올해도 SK그룹의 리밸런싱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룹은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리뉴어스’, SK매직의 가전사업부, SK엔펄스의 반도체 소재 사업, SK컴즈, 11번가 등의 사업의 매각이나 사업 축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 회장의 ‘리밸런싱’ 효과는 올해부터 실적 수치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지주사인 SK가 올해 599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2355억 원보다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나증권은 SK의 올해 영업이익을 4715억 원으로 전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산 리밸런싱으로 부진했던 자회사들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되면서, SK의 별도 기준 영업수익은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지속적 리밸런싱 과정에서 추가 일회성 매각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호현 기자
▲ SK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연결대상 종속회사 현황. < SK 사업보고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