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이 시공한 아랍에미리트(UAE) 부르즈 칼리파(왼쪽)와 현대건설이 시공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그래픽=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해외에 진출한 지 59년 만인 지난해 누적수주 ‘1조 달러(약 1453조 원)’를 달성한 국내 건설기업들이 내친김에 2조 달러 수주를 위해 달리고 있다.
현대건설의 태국 고속도로 공사를 시작으로 초고층 건설의 시작을 알린 삼성물산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공사 등 해외건설협회가 주목한 1조 달러 주요 해외 수주를 살펴봤다.
2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를 해외건설 신성장 원년으로 삼고 우리 기업들을 향한 다양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해외건설협회가 누적수주 2조 달러를 바라보고 달릴 수 있는 데는 1965년 첫 수주 이후 우리 기업들이 세운 누적수주 1조 달러라는 성과가 밑바탕에 있다.
▲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프로젝트' 건설 모습. <해외건설협회> |
◆ 1965년 태국 고속도로 프로젝트 수주로 해외 시장 개척한 현대건설
현대건설은 1965년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건설 수주 1호 사업인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따냈다.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프로젝트는 태국 남부의 두 도시를 잇는 총연장 98km의 2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공사다. 현대건설은 500만 달러에 이 프로젝트를 수주해 1966년 1월부터 1968년 2월까지 2년가량 수행했다.
현대건설은 당시 한국 기업의 첫 해외 사업이라는 수많은 우려 속에서도 이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 도로는 지금까지도 현지에서 ‘한국 도로’로 불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한 기술력은 국내에서 1968년 착공한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밑바탕이 됐을 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 해외건설 수주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건설은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우리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1455억 달러(약 211조 원)의 해외건설 누적수주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수주해 건설한 다른 대표적 공사로는 1976년 6월부터 1980년 12월까지 진행한 9억3천만 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주베일 산업항 프로젝트는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인 주베일 지역의 산업시설을 위한 신항만 공사로 세계 건설업계에서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 토목 또는 건축공사)’로 꼽힌다.
이외에도 현대건설은 1985년 준공 당시 아시아에서 최장, 세계에서 3번째로 긴 교량인 3억2천만 달러 규모 말레이시아 ‘페낭대교 프로젝트’, 세계 6번째이자 현지 최초의 GTL(가스투리퀴드) 플랜트 공사인 16억8천만 달러 규모 우즈베키스탄 ‘GTL 플랜트 프로젝트(현대엔지니어링 공동 시공)’ 등을 완수했다.
▲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삼성물산 건설부문> |
◆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부터 부르즈 칼리파까지, 초고층 강자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지난해까지 65년 동안 해외에서 924억 달러(약 134조 원)의 누적수주를 거둬 우리 기업 가운데 현대건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삼성물산은 준공 때마다 세계기록을 새로 쓴 초고층 건축물 분야에 강자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1997년 완공 당시 세계 최고층 건물이자 현재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인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시공했다.
1994년 5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진행된 2억1천만 달러 규모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프로젝트’는 지하 6층~지상 88층, 총면적 21만6901㎡의 초고층 쌍둥이 빌딩 2개 동을 지은 공사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은 2동, 일본의 하자마건설이 1동을 시공했다.
당시 프로젝트는 초고층 건설 경험이 사실상 전무했던 한국의 삼성물산과 일본 건설사의 자존심 싸움으로도 관심이 쏠렸다.
삼성물산은 하자마건설보다 1개월가량 뒤늦게 공사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간발의 차이로 마지막 콘크리트 시공을 마쳤을 뿐 아니라 2개 동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릿지 건설도 담당하기도 했다.
이어 삼성물산은 현존 세계 최고층 빌딩(828m)이자 초고층 건축 기술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아랍에미리트(UAE) 부르즈 칼리파를 2010년 12월 준공했다. ‘부르즈 칼리파 프로젝트’는 우리 기업의 기술력을 입증한 대표적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삼성물산은 2022년 3월에는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세계에서 2번째(644m)로 높은 말레이시아 ‘메르데카 118 타워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이 프로젝트에 삼성물산은 160m에 이르는 첨탑 설치 및 고압 압송 기술 등 고난도 건설기술을 활용했다.
▲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쌍용건설> |
◆ 쌍용 ‘마리나 베이 샌즈’, 한화 ‘비스마야 신도시’, DL이앤씨·SK에코플랜트 ‘차나칼레 대교’, 한국 건설 기술력 세계로
해외건설 분야에서 전통적 강자로 꼽히는 쌍용건설은 2008 1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싱가포르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건설하면서 이름을 높였다.
7억5천만 달러 규모의 ‘마리나 베이 샌즈 프로젝트’는 지하 3층~지상 57층, 2600여 개 객실 규모의 호텔 3동을 짓는 공사다. 특히 지면에서 최고 52도까지 기울어진 ‘21세기 건축의 기적’으로 불리는데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최초로 경사구조 시공 공법을 적용한 사례로 남았다.
한화 건설부문은 2012년 5월부터 이라크 바그다드 동남쪽에 10만 호의 주택 등을 짓는 101억5천만 달러(약 14조7천억 원)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6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이라크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도시개발사업으로 현지 55만 개의 일자리 창출, 100여 개에 이르는 국내 협력사 동반 진출을 일궈내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말 발주처와 변경계약을 맺고 잔여 공사 진행을 위한 이라크 국무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3월 튀르키예에서 세계 최장 길이 현수교 건설공사인 15억4천만 달러 규모의 ‘1915 차나칼레 대교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차나칼레 대교는 주탑 사이 거리(주경간장)가 세계에서 가장 긴(2023m)인 현수교로 2023년 12월 세계적 건설전문지 미국 ENR이 선정한 ‘글로벌 베스트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우리 기업은 준공 이후에도 2034년 5월까지 차나칼레 대교 운영을 담당한다.
이외에도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해 공사하고 있는 파나마 정부 최대 규모의 인프라 사업인 28억4천만 달러 규모 ‘메트로 3호선 프로젝트’ 등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건설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이고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1·2·3·4호기. <현대건설> |
◆ ‘팀코리아’ ‘새 시장 진출’, 한국 해외건설 누적수주 ‘2조 달러’ 향한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2009년 수주한 한국 원자력 역사상 최초의 해외 건설사업인 191억 달러(약 27조7천억 원) 규모의 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와 같이 정부와 공공기관의 지원, 각 기업의 기술력을 한 데 모은 ‘팀코리아’로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위상을 더욱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미 2020년대 들어 우리 기업이 수주해 공사를 하는 여러 프로젝트도 민·관이 협력해 쌓은 결과물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이 2021년 8월부터 짓고 있는 2억3천만 달러(약 3344억 원) 규모의 페루 ‘친체로 공항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국공항공사가 주도하는 민관협력 컨소시엄 ‘팀코리아’는 2019년 친체로 공항의 사업총괄관리(PMO) 사업을 수주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공기업이 주도해 수주에 나선 것이 시공·설계사가 함께 친체로 공항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밖에 우리 기업의 사우디 최대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50억8천만 달러(약 7조3868억 원) 규모의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팀코리아가 수주한 미국 최대 태양광 발전사업 ‘콘초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SK에코플랜트)’ 등이 정부 차원의 지원, 공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기반이 된 성과로 꼽힌다.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로도 진출해 해외건설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대우건설은 베트남에서 총사업비로 32억 달러 규모의 ‘스타레이크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형 모델을 기반으로 단순한 주거 단지가 아닌 상업·교육·문화·행정 기능이 융합한 베트남 최초 국제 복합 신도시 건설에 나선 것이다.
GS건설은 해외건설 불모지로 여겨지는 호주에서 도로·터널 공사인 ‘노스 이스트 링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GS건설은 발주 당시 호주 내 최대 규모 민관합작투자사업(PPP)인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기업의 선진 건설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만희 해외건설협회장은 2월 정기 총회에서 “해외건설은 65년 첫 수주 이후 누적수주 1조 달러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달성했다”며 “지속적 혁신과 성장으로 글로벌 건설시장을 선도하고 누적수주 2조 달러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