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물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지역을 나타낸 모습. 색이 옅어질수록 물 스트레스가 덜한 지역이고 색이 붉어질수록 물 스트레스가 심한 지역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
[비즈니스포스트] 물이 부족해지면 국내 기업들이 입을 피해가 잠재적으로 수십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수자원으로 인한 국내 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청 SSP8.5(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 후반에는 평균 기온상승과 강수량은 최대 1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기후변화 추이를 고려하면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는 극단 기후 현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수자원 관리는 기업 활동에도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리스크 규모와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의 대비 수준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물 리스크로 입을 잠재적 단기 재무 영향은 21조9592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재무적 물 리스크 영향이 가장 큰 산업군은 전력 생산과 물 공급이 직접 연관된 유틸리티 부문이었다. 유틸리티 산업은 발전소 냉각수, 상수도 처리, 공업용수 공급 등 물에 매우 많이 의존하고 있다.
물 리스크가 가시화하면 유틸리티 부문은 운영비용 급증, 수리·교체에 따른 자본지출과 정화비용 증가, 벌금 및 과태료 확대 등 문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곧 전력 생산 차질로도 이어져 국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자재·선택소비재·정보통신(IT) 산업도 물 부족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를 크게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IT 산업은 반도체 제조와 데이터센터 냉각에 막대한 물이 필요한데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산업이 성장하면서 물 소비량이 더욱 증가하고 있어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물 스트레스는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 스트레스란 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이용에 제약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분석에 따르면 산업별 물 스트레스 노출도는 통신 87.5%, 산업재 70.3%, IT 69.8%, 에너지 및 유틸리티 53.7%로 집계됐다. 국제 기준에 따르면 물 스트레스 비율이 40%를 초과하면 ‘높음’ 상태로 분류되는데 국내 주요 산업군은 이미 대부분 해당 기준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이미 국내 기업들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는 CDP 조사 결과 물 정보를 대외적으로 공개한 103개 기업 가운데 65%는 “물 리스크가 사업 전략과 재무 계획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거나 향후 미칠 것”이라고 답변했다.
남나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선임연구원은 “물 리스크가 기업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단기적 대응 비용 뿐 아니라 장기적 물 관리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며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장기 물 관리 전략과 글로벌 표준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투자 및 인프라 개선, 물 사용량 공개 강화, 공급망 차원의 물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적극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