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3-21 15: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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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이번 주총은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 속에서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만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주주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헤쳐나갈 명확한 전략과 확실한 방향성을 기업 경영진과 이사회에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장기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 속에서,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과 미래 성장 전략을 더욱 뚜렷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 및 소액주주가 이에 맞춰 활발한 주주제안을 내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논의될 주요 안건과 기업별 핵심 이슈를 분석하고,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영국계 자산운용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스’가 국민연금을 제치고 LG의 2대 주주로 오르면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대한 주주환원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온건한 행동주의 펀드’로 평가되는 실체스터는 과거 일본 은행들의 보유 지분을 바탕으로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한 전력이 있다. 이에 따라 LG의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적극적 주주환원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영국계 자산운용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스'가 최근 지주사 LG의 2대 주주에 오르면서 적극적 주주행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연합뉴스>
21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이어 LG의 2대주주로 오른 실체스터 그룹이 “경영권에는 간섭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적극적 주주권리 행사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LG는 실체스터가 지분 7.03%(1105만7758주)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실체스터는 지난해 4월 LG의 지분 5%를 획득하며 3대 주주 자리에 올랐는데, 최근 지분을 확대하며 2대 주주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LG의 1대 주주는 지분 15.95%를 가지고 있는 구광모 회장이고, 3대 주주는 6.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실체스터는 직접 경영권에 개입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와는 차이가 있지만, 일본에선 실체스터를 ‘온건한 행동주의 펀드’라고 평가한다.
이는 지난 2022년 실체스터가 일본의 교토은행, 시가은행 등의 보유지분을 바탕으로 적극적 주주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50% 배당성향과 주식 발생 이익의 100% 배당, 일부 최고경영자(CEO) 해임 등을 요구했다.
한국에서는 KT, 한국전력공사 등 국내 시장에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1.27% 지분을 보유한 한전에 서한을 보내 전기요금 인상 지연에 항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한전과 KT 지분 일부를 매각하며 청산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LG 2대 주주에 오른 실체스터는 더 적극적 주주행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체스터가 일본 은행에 적극적 배당을 요구했을 당시 실체스터의 지분은 7~10% 대였다. KT와 한전의 보유 최대 지분은 각각 5.07%, 1.27% 수준이었다.
게다가 LG 공시에 따르면 실체스터 지분 취득 공시 보고 사유는 ‘단순취득’, 보유목적은 ‘일반투자’로 명기됐다.
지분 보유 목적은 크게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권 영향 등으로 구분된다. 일반투자와 단순투자는 투자한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일반투자는 공격적 주주활동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 LG가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LX그룹 계열분리 당시 취득한 자사주 소각을 완료한다. 또 주주가치 제고 목적을 위해 매입한 5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도 내년까지 소각에 나선다. 2대 주주로 오른 실체스터는 주주환원을 위한 배당 확대와 추가 자사주 소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실체스터 측은 “주주 권리는 배당 증액을 요청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발행회사 또는 기타 주주들이 제안하는 일체의 안건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열리는 LG 정기 주주총회에서 실체스터가 배당 확대 등 적극적 주주환원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또 LG의 추가 자사주 매입과 소각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LG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LX그룹 계열분리 당시 취득한 자사주 4만9828주와 우선주 1만421주 소각을 의결한다. LG는 또 내년까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매입한 5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도 모두 소각할 계획이다.
실체스터의 주주환원 요구 가능성은 LG 주주들에겐 희소식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사업 투자를 늘리는 LG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기자본이 줄어 부채비율이 높아진다. 이는 추가 투자를 위한 차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 배당이 증가하면 투자자금이 감소해 신사업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체스터가 어떠한 주주행동에 나설지는 알 수 없지만, 주주들에게는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