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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KB금융지주 밸류업 강한 의지, 박수 받기 위해서는 주가가 받쳐줘야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5-03-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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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KB금융지주 밸류업 강한 의지, 박수 받기 위해서는 주가가 받쳐줘야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2024년 5월20일(현지시각) 미국 콘래드 뉴욕 다운타운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Invest K-Finance) 행사 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티븐 슈워츠만 블랙스톤그룹 창업자 겸 회장, 양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 KB금융지주 >
[씨저널]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에게 비상이 걸렸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밸류업 모범생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식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올해 초 작년 실적과 주주환원 계획 발표 뒤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주가가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인 데다가 밸류업 정책의 목표가 주가 상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양 회장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일 수밖에 없다.

양종희의 강력한 ‘밸류업’ 의지, 주주 호응 이끌어

‘A+.’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내린 평가다.

양 회장은 본질적인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방안이 주주환원과 연결되어야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실현할 수 있다는 철학을 2024년 10월 발표한 밸류업 계획에 담았다.

그 결과로 △이사회 중심의 합리적인 절차 구축 △경영진의 진정성 및 우수한 거버넌스 △지속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충실한 밸류업 계획을 세웠다고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2024년 10월25일 “KB금융의 기업가치 제고 공시는 이사회가 자본의 배치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하고 밸류업을 위한 명확한 원칙을 세워 절차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KB금융에게 밸류업의 기초부터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KB금융지주가 밸류업 모범생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던 배경에는 양종희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양 회장은 2024년 10월24일 KB금융그룹의 3분기 경영실적 발표에 등장해 고객 및 주주들에게 주주환원 계획을 직접 설명했다.

노란 넥타이를 매고 나와 6분 분량의 발표를 통해 KB금융그룹의 주주환원 현황, 계획 등을 당당히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2025년부터는 총주주환원율의 제한 없이 보통주자본비율(CET1) 13%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을 모두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통주자본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계산한다. 보통주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이 예상치 못한 손실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으로 금융기업의 손실흡수능려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KB금융그룹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가 연일 상승하기도 했다.

KB금융지주 주가는 2024년 1월2일 종가 기준으로 5만3600원이었는데 2024년 10월25일 88.4% 증가한 10만1천 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10만36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은행주 가운데 주가가 10만 원을 넘긴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KB금융지주는 밸류업 정책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미국 4대 자산운용사인 더캐피탈그룹컴퍼니즈가 보유한 KB금융지주 지분을 8.07%(2024년 12월31일 기준)까지 늘리며 2대 주주가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더캐피탈그룹컴퍼니즈는 KB금융지주의 밸류업 계획이 발표된 2024년 10월 말부터 꾸준히 KB금융지주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의 밸류업 정책은 밸류업 지수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거래소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다.

KB금융지주는 2024년 9월에 진행된 밸류업 지수 1차 발표에는 포함되지 못했으나 이후 12월 진행된 추가 편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역대급 실적에 커진 기대감, 주주환원 발표 뒤 주가 하락 이어져

KB금융지주가 2024년 역대급 실적을 거두자 KB금융지주의 주주환원 규모에 이목이 쏠렸다.

KB금융지주는 2024년 순이익으로 5조782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금융지주 가운데 ‘순이익 5조 클럽’에 입성한 것은 KB금융지주가 처음이었다. 

비은행 분야의 순이익 기여도가 40%까지 상승하며 그룹사 전체의 호실적을 견인했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하면 약 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KB금융지주는 2년 연속 리딩금융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고 기존에 발표했던 계획에 부합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다.

KB금융그룹은 2024년 12월 말 기준으로 보통주자본비율 13.51%를 기록했는데 13%를 초과하는 자본인 1조7600억 원을 현금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 2025년 연간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이런 주주환원 정책은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가 실적을 발표한 2025년 2월5일 기준으로 9만1천 원이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며 2025년 3월10일에는 7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B금융지주의 주주환원 규모가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것은 미국 달러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보유하고 있던 보통주자본비율이 2024년 3분기 13.84%에서 0.33%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나상록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5년 2월5일 연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에 환율이 150원 이상 상승하는 등 신용리스크가 7조5천억 원 증가하면서 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하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KB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과 위험가중자산이 각각 46조8463억 원, 346조8681억 원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통자본주비율 0.33%포인트 하락으로 인해 줄어든 주주환원 액수는 1조 원이 넘는다.

KB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은 지난해 말 기준 약 39.8%로 40%를 넘지 못했다. 주주환원율의 상승치는 1.8%포인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하나금융지주 4.8%포인트, 신한금융지주 3.6%포인트보다 낮았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높아진 시장 기대치에 비해 보통주자본비율 수준과 자사주 규모는 다소 아쉬웠다”며 “보통주자본비율 상향 관리 노력의 절실함이 다른 회사보다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씨저널] KB금융지주 밸류업 강한 의지, 박수 받기 위해서는 주가가 받쳐줘야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2024년 9월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밸류업 동력 계속 유지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KB금융지주를 포함해 금융지주들의 주가가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탄핵 정국 혼란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주도한 밸류업 정책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 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승민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2025년 2월11일 보고서를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밸류업 정책 등 정부가 진행하던 기존정책 추진 동력에 관련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자산 가격의 하방 압력이 상당하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 또한 2024년 12월4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정책 추진의 동력이 돼야 할 법 개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이던 상황이었다”며 “계엄 사태로 현 정권의 리더십과 정권 유지를 놓고 빨간불이 켜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B금융지주의 주가는 계엄렴 이후로 폭락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던 KB금융지주 주식을 정리한 것이 눈에 띄었다.

외국인 지분율은 2024년 12월3일 기준으로 78.14%에 이르렀으나 2025년 3월10일 75.39%까지 하락했다. 주식 수로 살펴보면 3억750만 주에서 2억9668만 주로 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10만1200원에서 7만8500원으로 급락했다.

KB금융지주의 밸류업 계획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금융지주 회사에 드러진 금융당국의 관치 논란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금융그룹의 전신인 국민은행은 1963년 서민금융을 전담하기 위한 국책은행으로 설립됐다. 1994년 국민은행법이 폐지되며 일반은행으로 전환한 뒤 1995년 민영화됐다. 

KB금융그룹은 민영화 이래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과 몇 년 전까지도 관치금융 논란에 시달렸다.

KB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을 지낸 황영기 전 회장과 2대 회장인 어윤대 전 회장은 대표적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힌다. 황 전 회장 낙마 이후 회장으로 내정됐던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금융당국 압박 속에서 회장 자리를 내려놓기도 했다.

3대 회장인 임영록 전 KB금융그룹 회장 또한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관료 출신인 탓에 관치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임 전 회장은 이후 KB금융지주 전산 교체 내분 사태가 터지자 부당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아 이사회에 해임됐다.

당시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던 김영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무관하게 KB가 금융당국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라는 것으로 한 마디로 관치금융이라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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