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맥주 '테라'를 앞세운 대대적 광고캠페인을 펼치며 국내 맥죽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사진은 김인규 사장이 지난달 5일 베트남 타이빈성에 위치한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서 개최된 하이트진로 베트남 공장 착공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하이트진로> |
[비즈니스포스트]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비용 절감과 소주사업 점유율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 가운데 작년 4분기 맥주사업에선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주류시장은 1위 업체에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맥주 ‘테라’를 앞세운 대대적 광고캠페인을 펼치며 오비맥주에 밀려 10여 년째 2위에 머문 국내 맥주 시장에서의 반등을 노리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분기 맥주사업에서 영업손실 44억 원을 내며 전년 동기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소주사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0% 증가한 330억 원으로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그렇지만 맥주사업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4분기 하이트진로의 전체 영업이익은 21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28%나 뒷걸음쳤다.
하이트진로 전체 연결 매출에서 소주사업 비중은 약 60%, 맥주사업은 약 30%를 차지한다.
내수 주류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음주 문화 변화에 따른 시장 축소 추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주류업계에는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통상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소비자들은 검증된 1등 브랜드만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이를 실증하는 좋은 사례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2023년 기준 국내 소주 소매시장 점유율 약 60%를 차지했다.
이는 국내 매출 1위 제품 ‘참이슬’과 3위 ‘진로’의 영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하이트진로는 소주사업에서 시장 침체에도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1년 전보다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매출도 5% 늘렸다.
반면 맥주사업에서는 매출도 전년대비 7% 뒷걸음치면서 시장점유율 역시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트진로의 국내 맥주 소매시장에서의 2023년 기준 점유율은 28.5%로 점유율 46.8%를 기록한 오비맥주에 한참 밀린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2012년부터 지금껏 국내 맥주 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를 빼앗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케팅비를 쏟아부어야 한다”며 “국내 주류 시장 침체기는 결국 1등 기업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음용 문화 변화에 따른 국내 주류 수요 감소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로선 국내 맥주시장에서도 1위 브랜드를 만들어야 유리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셈이다.
김인규 사장 역시 국내 맥주 시장 1위 탈환의 목표를 놓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2023년 3월 맥주 ‘켈리’ 출시 미디어데이에서 “켈리로 강력한 돌풍을 일으켜 소주에 이어 맥주 부문에서도 국내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 하이트진로가 20일 공개한 ‘테라’ 새 광고 ‘청정한 하루’ 편 이미지. <하이트진로> |
올해 하이트진로는 테라 출시 6주년을 맞아 대대적 광고캠페인을 벌이며 한판 뒤집기에 나선다.
하이트진로는 20일 테라 새 브랜드 모델로 내세운 배우 지창욱의 첫 TV광고를 공개했다. 2019년 첫 출시된 테라 모델은 6년 동안 배우 공유가 내리 맡았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새 모델과 함께 신규 광고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글로벌 트렌드에 맞춘 재단장(리뉴얼)을 통해 브랜드 가독성과 로고 주목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정 맥주 시장 확대에 따라 유통 채널별로 신규 맥주 품목을 확대할 계획도 세웠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 잘 팔리는 맥주 브랜드의 용량별 품목을 늘려 판매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다.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소주 등 하이트진로의 다른 브랜드의 인지도를 활용한 시너지 마케팅도 펼친다. 소비자가 응용할 수 있는 자사 소주와 맥주를 활용한 소맥 마케팅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를 체험할 수 있는 전국 야구장 마케팅과 지역 대표 축제·맥주 페스티벌과 연계한 프로모션들도 올해 진행한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전무는 “2025년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테라의 제 2의 도약을 넘어 맥주 시장의 판을 뒤집는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내수 주류시장 침체에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081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68%나 크게 개선했다. 광고선전비 등 판매관리비 감소에 따라 이익이 증가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2023년 11월 단행한 소주와 백주 제품 가격인상 효과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김 사장은 올해도 비용 효율화를 지속하는 가운데 해외 첫 생산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베트남 타이빈성에 위치한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서 ‘하이트진로 베트남 소주공장’을 착공했다.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로 2026년 내 완공돼 이듬해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회사는 연간 최대 약 500만 상자까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선 일제히 하이트진로가 베트남 공장 가동을 계기로 실적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확대 성패가 베트남 공장 준공 전 약 2년 동안의 하이트진로 실적에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기칠 것으로 전망된다.
장지혜 DS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는 2025~2026년 지속적 비용 효율화로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며 “2027년 베트남 공장을 통해 본격적인 해외 실적 성장을 시현하며 주가 레벨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