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세대 실손보험’ 윤곽이 드러나며 1~2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기존 계약을 유지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할지 고민하고 있다. 사진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 갈무리. |
[비즈니스포스트]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입니다. 5세대 실손으로 개편되면 4세대보다 보장이 줄어든다던데 지금이라도 4세대로 전환하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계속 유지하고 있을까요?”
20일 보험 가입자들이 모인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비자들은 5세대 실손보험 개편안을 놓고 여러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19일 회의를 열고 ‘5세대 실손보험’ 개편안 등이 포함된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을 발표했다.
뼈대 자체는 1월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내용이 공식화됐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일부 비중증·비급여 치료는 ‘관리급여’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관리급여로 지정된 항목에서는 소비자 본인 부담률이 현행 평균 20%에서 95%까지 오른다.
같은 증상이나 질환과 관련해 여러 병원을 반복해 방문하면서 진료받는 소위 ‘의료쇼핑’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과잉진료 항목으로 자주 언급되는 도수치료가 관리급여에 포함된다면 소비자는 도수치료비 10만 원 가운데 95%인 9만5천 원을 병원에 지불하게 된다.
실손보험 개편안에 따르면 실손보험금을 청구해도 5% 정도만 돌려받아 결국 10만 원 가운데 약 9만 원(90%)을 소비자가 부담한다.
비급여 보장한도나 내용이 축소되는 대신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도 실손보험 개편과 관련해 보험료가 3~50% 줄어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의료개혁안이 2차까지 공개된 뒤에도 여전히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져 있다.
보험 상품 구조 자체가 복잡해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아직 명확하게 상품이 개정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본인부담금이 없는 1세대 실손보험과 매우 낮은 수준만 부담하면 되는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고민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은 크게 3차례에 걸쳐 개편돼 가입 시기에 따라 1~4세대로 분류된다.
1세대는 2009년 10월 이전, 2세대는 2009년 10월에서 2017년 3월까지, 3세대는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 4세대는 2021년 7월 이후 가입자로 세대에 따라 본인부담금과 보험료 할인·할증 등에서 차이가 있다.
통상 1~2세대(구세대) 실손보험은 이후 실손보험보다 보장 범위가 넓은 대신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기본 보험료도 높은 편이지만 실손보험 특성상 보험료는 꾸준히 갱신된다.
이에 따라 구세대 실손 가입자들은 장기간 보험료가 조정됨에 따라 높은 금액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일부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전환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존 구세대 실손보험에서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4세대 실손은 내야 하는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그만큼 1세대보다 보장 범위가 좁아 실제로 이득이 될지는 개별 소비자가 따져봐야 한다.
또 고령 및 유병력 상태라면 갈아탄다 해도 보험료가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 갱신 전 1년 동안의 비급여 치료 이용량에 따라 비급여 특약 보험료를 할증하기 때문이다.
▲ 2차 의료개혁안에는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가운데 원하는 경우에만 5세대 실손보험으로 계약 재매입을 추진하는 등이 담겼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
일각에서 “5세대 실손 판매가 시작되면 지금 판매되는 4세대만큼의 보장도 못 받을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4세대로 갈아타거나 신규 가입하라”는 일종의 ‘절판 마케팅’이 거론되는 것도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하지만 19일 발표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 따르면 모든 1~2세대 실손 가입자가 의무적으로 5세대로 전환해야 하는 게 아니다.
1~2세대 실손보험 계약 건 가운데 가입자가 희망하는 경우에만 적정 금액을 전제로 계약 재매입을 추진할 수 있다.
보험계약 재매입은 보험사가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새로운 상품으로 전환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새로운 상품에 추가 혜택을 준다.
소비자는 기존 계약 유지와 다른 세대 실손으로 전환하는 것 가운데 실익이 되는 쪽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다.
보험업계 안팎 관계자들도 우선 상황을 신중히 지켜보고 결정하는 것을 권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5세대 실손보험 상품 구성이 완전히 정해진 게 아니며 관리급여에 포함될 항목은 의료계, 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별도 의사결정기구에서 최종 결정한다”며 “협의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