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3-20 14: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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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이 럭셔리 뷰티 서비스 ‘알럭스(R.LUX)’로 뷰티와 고급화에 대한 갈증을 조금씩 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알럭스가 배우 김고은씨를 홍보 모델로 발탁해 2월 공개한 광고 영상 일부. <쿠팡>
[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이 창립 이후 15년 동안 언감생심 하지 못했던 성과를 럭셔리 뷰티 서비스 ‘알럭스(R.LUX)’가 내고 있다. 늘 패션과 뷰티에서는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쿠팡은 알럭스라는 새 플랫폼으로 갈증을 조금씩 해소하고 있다.
20일 쿠팡에 따르면 알럭스가 한 달여 전 선보였던 신규 광고 영상의 조회수가 최근 1천만 회를 넘었다.
알럭스의 광고 영상은 배우 김고은씨를 브랜드 홍보 모델로 발탁해 만든 첫 영상이다. ‘새 규칙, 새 럭셔리(New Rule, New Luxury)’라는 콘셉트로 제작됐다.
알럭스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은 이 광고가 전부다. 구독자도 250여 명에 불과하지만 이 영상 하나 만으로 소위 ‘대박’을 친 셈이다.
쿠팡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유튜브가 14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알럭스의 광고 영상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과가 더욱 두드러진다.
쿠팡은 2010년 9월 유튜브 채널을 만든 뒤 현재까지 800개가 넘는 영상을 올렸지만 가장 많이 조회된 영상의 조회수가 494만 회에 그친다. 그나마 조회수 400만 회를 넘는 영상 개수도 4개에 불과하다. 10년 만에 가수 ‘비’를 광고 모델로 재발탁해 4년 전 선보였던 영상도 최근에서야 조회수 400만 회를 가까스로 넘겼다.
알럭스가 김고은씨를 발탁한 광고 영상으로 조회수 1천만 회를 찍었다는 것은 고객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알럭스가 시장에서 조금씩 안착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알럭스는 쿠팡이 벼르고 별러 지난해 10월 내놓은 서비스로 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정조준한 일종의 버티컬 서비스다. 쿠팡은 모든 기능을 총망라하는 슈퍼앱이 대세인 흐름 속에서 알럭스를 별도 앱으로 분리했는데 알럭스를 쿠팡과 다른 고급 이미지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쿠팡이 알럭스에 공을 들인 이유는 자체 대표적 약점인 고급과 뷰티를 동시에 강화하기 위한 무기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쿠팡은 멤버십 회원 1400만 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지만 대중적 플랫폼이라는 이미지 탓에 패션과 뷰티 등 고급 이미지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쿠팡으로서도 답답한 노릇일 수밖에 없었다. 매달 쿠팡을 방문하는 소비자 수가 3200만 명이 넘은 상황에서 고객 추가 유치를 통한 성장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쿠팡과 결이 가장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알려진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과 같은 명품 플랫폼 고객의 90% 이상도 이미 쿠팡 고객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쿠팡이 내놓은 해답이 바로 알럭스이었다.
기존 고객의 지갑을 더 열어야 쿠팡의 매출을 높일 수 있는데, 객단가가 높은 뷰티 영역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쿠팡은 알럭스로 분위기를 반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브랜드 구색 측면에서는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그동안 뷰티 영역을 강화하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쿠팡 앱 안에 존재하는 기능만으로는 존재감을 드러내기 힘들었다. 결국 ‘쿠팡’의 이름을 뺀 ‘알럭스’라는 브랜드를 별도로 내놓은 것은 이런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승부수로 여겨진다.
쿠팡은 알럭스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하는 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김고은씨를 내세운 광고는 알럭스의 인지도를 빠른 시일 내에 알린 단적인 사례다.
쿠팡이 알럭스를 내놓으면서 강조한 것은 3가지로 빠른 배송(fast)과 엄선한 상품구성(curated),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서비스(anywhere)다. 빠른 배송과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서비스라는 점은 쿠팡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었는데 여기에 소비자들의 감성을 파고들 수 있는 ‘엄선된 제품’이라는 점을 집어넣으면서 쿠팡도 고급화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은 것이다.
다만 가야할 길도 적지 않다. 알럭스가 현재 유치한 브랜드는 35개다. 서비스를 처음 선보일 당시 20여 개에 불과했던 수가 50% 넘게 늘어났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명품 패션 브랜드인 메종마르지엘라의 향수 제품도 알럭스에 입점했다.
하지만 아직 소비자에게 확실하게 각인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 고객들의 평가다. 경쟁사이자 뷰티 브랜드 입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카카오톡선물하기의 경우 에르메스와 샤넬, 톰포드 등 고가 브랜드를 포함해 모두 107개의 브랜드를 확보하고 있다. 컬리 역시 뷰티 전문관인 뷰티컬리에서 모두 50개에 가까운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