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쿡 애플 CEO(뒷줄 가운데)가 1월20일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모습도 보인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과 구글 등 미국 기술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유럽연합(EU)이 반독점 규제를 단행하며 ‘강대강’ 구도를 형성하자 애를 태우고 있다.
EU와 미국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둘러싸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대치를 이어가 향후 미국 빅테크의 유럽 사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1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알파벳(구글 모기업)을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EU 집행위는 구글이 항공권·호텔 예약 등 검색 결과에 경쟁사보다 자사 서비스를 유리하게 설정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앱스토어인 구글 플레이 사용자에 대체 결제 수단 안내를 제한해 폐쇄적인 경쟁 환경을 조성했다는 내용도 거론됐다.
구글이 DMA 위반 판결로 검색 기술을 조정해 자사 제품에 소비자 노출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날 EU 집행위원회는 애플에 운영체제 iOS를 모든 브랜드 전자기기로 호환시키라는 명령도 내렸다.
애플이 명령 준수를 거부할 경우 EU 집행위원회는 DMA에 따라 재정적 처벌까지 내릴 수 있는 상황이다.
DMA란 EU가 거대 기술 기업에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시행한 법안이다.
DMA는 회사 연간 매출에 최대 1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에 향후 애플과 구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우리가 개발한 신규 기능을 경쟁사에 공짜로 넘겨주도록 강요하는 불필요한 규제”라고 반박 성명을 냈다.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EU의 조치는 트럼프 정부와 갈등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DMA 법 자체가 부당하다고 과거 언급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DMA를 주시하고 있으며 불균형적인 벌금울 부과하면 상당한 관세로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도 2월21일자 행정명령 및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기업에 부당한 세금 또는 벌금을 부과하는 국가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애플과 구글 및 메타 등도 트럼프 정부 지원으로 EU 규제와 같은 사업 변수를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빅테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정치 기부금까지 대며 행정부 지원에 힘입어 관련 규제에 맞설 거라고 믿는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EU가 미국 주요 기업을 상대로 반독점 규제 적용을 단행한 것이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19일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열린 회의 참석을 위해 자료를 든 채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미국과 EU 사이 갈등은 관세를 두고도 첨예해지고 있어 쉽사리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미국산 석유 및 가스를 구매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지난해 12월 자신의 공식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으름장을 놨다.
이후 트럼프 정부는 EU를 대상으로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에 더해 미국과 EU는 알루미늄과 철강 및 주류 등 다수 품목을 두고 보복 관세를 주고받는 중이다.
결국 미국과 EU가 ‘강대강’ 대치 국면을 풀지 않고 서로에 입장만 고수할수록 애플과 구글 등 기업은 사이에 끼인 신세로 리스크를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애플과 같은 경우 지난해 6월 EU의 관련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일부 기능 출시를 늦추며 차질을 빚었는데 이러한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EU 조치는 미국과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에도 빅테크 기업에 강력한 규제 잣대를 계속 들이밀 것임을 보여준다”고 바라봤다.
다만 EU 경쟁당국에 테레스 라이베라 책임자는 “유럽에서 운영하는 기업은 법인 소재지와 무관히 DMA를 비롯한 EU 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미국과 관계와 무관히 일반적인 법 집행 절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