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배터리 산업 정체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에서 부는 재무구조 위기가 LG그룹으로 전이되기 전에 미리 결단을 내려야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그래픽 씨저널> |
LG화학이 심상치 않다. LG화학을 진원지로 하는 재무구조 위기가 LG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위험 확산을 막기 위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시장은 주목한다.
증권가에서 LG그룹의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일부 매각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LG그룹의 가치제고와 방어를 위해서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배터리 캐즘의 영향으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적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런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린다.
◆ 석유화학과 배터리, 재무위기를 낳나
LG화학 실적은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구광모 회장으로서는 LG그룹의 주력 회사인 LG화학의 곳간이 비어가는데 과거 호황기 때에 벌려두었던 사업계획에 투자는 지속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LG화학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48조9161억 원, 영업이익 9168억 원을 봤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11.46%, 영업이익은 63.75% 감소했다, 특히 2024년 4분기에는 영업손실 2520억 원 내며 적자 전환했다.
LG화학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는 석유화학 부문이 꼽힌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나마 버팀목이 되어주던 첨단소재 부문마저 전지 재료 가격 하락과 환율 변동의 영향으로 예전만 못한 실적을 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재무 건전성마저 위협받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곳곳에서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의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2022년 말 5조7599억 원에서 2024년 4분기 말 8조5955억 원까지 급증했다. 부채비율 역시 2022년 말 56%에서 2024년 4분기 기준으로 68.9%로 크게 늘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OLED 편광판 사업부 매각, 전북 익산 합성신약 공장 증설 투자 중단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생명과학사업본부 산하의 미용 필러 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 신용평가사들이 보내는 경고음
LG화학에 신용평가사들은 경고음을 내고 있다.
자금운용 측면에서 이자 부담을 늘려 경영을 꾸려가는데 짐을 더욱 무겁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NICE신용평가는 LG화학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고, 무디스 역시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낮추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급기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LG화학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S&P는 LG화학의 조정 차입금이 2023년 16조 원에서 2026년 최대 27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상황도 불투명하다는 것이 뼈아픈 대목으로 꼽힌다.
S&P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설비투자는 2023년 12조 원에서 2024년 9조 원, 2025년 7조 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조정 차입금은 2023년 13조원에서 2024년 18조 원으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화학과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2024년 9월25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다. < LG > |
◆ 구광모의 결단력 주목 받다
LG화학 위기는
구광모 회장에게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은 그룹 회장 취임 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LG그룹의 체질 개선을 주도해왔는데 이번에 LG화학을 놓고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구 회장의 결단력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휴대폰 사업 철수' 결정이다.
구 회장은 LG전자에서 2015년부터 5조 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이른바 ‘만년 적자 덩어리’ 신세를 면치 못했던 MC사업본부를 2021년 과감하게 정리했다.
휴대폰 사업 철수 외에도 구 회장은 수익성이 낮거나 그룹 전략과 맞지 않는 사업들을 미련 없이 정리하고 인공지능(AI), 전장, 배터리 소재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올인하는 행보를 보였다.
기업신용평가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LG화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으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을 꼽는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배회사로서 81.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과반 지분을 제외한 약 30%의 지분을 매각할 여력이 있다.
구 회장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뾰족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일부를 매각하여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사업 투자에 활용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최근 보고서에서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자산 매각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핵심 자회사일 뿐만 아니라 향후 더욱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지분 매각 결정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신학철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에 대해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LG화학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설 지는
구광모 회장의 ‘결단’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