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조기 대선에 대응해야 하기에 승복 이외 다른 길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중진 의원들이 극우 지지층과 손잡고 헌재 결정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이중 플레이'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시·도당 및 당원협의회 주요당직자 연수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연일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공식 메시지를 내며 장외 극우 세력과 선을 긋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인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탄핵심판 결론에 승복하는 것이 당 공식 입장이 맞느냐'는 질문에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여야 당 대표 간 기자회견이든, 공동 메시지든, 저희는 어떤 것이든 간에 승복 메시지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처음으로 국민의힘 지도부가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지도부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공정한 결정'을 명분으로 헌재를 연일 압박해 왔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불복하겠다는 식의 압박도 없지 않았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를 코앞에 두고 태세 전환을 시작한 셈이다.
이는 헌재 결정으로 조기대선 국면이 펼쳐진다면 헌재 결정에 승복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불복을 외치다 보면 조기대선에서 후보조차 내지 못할 수 있다. 계엄 국면 극복을 원하는 중도층 민심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헌재 결정 승복 선언한다고 해도 국민의힘이 극우 세력과 결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경북 구미시 구미역 앞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인 국가비상기도회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나경원 의원, 윤상현 의원 등 일부 중진 의원들은 현재도 탄핵 반대를 외치며 극우 세력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 해도 곧바로 승복을 선언하기엔 너무 멀리 가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국민의힘의 '이중 플레이'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헌재 결정에 승복하면서 조기 대선에 뛰어들지만, 나경원·윤상현 의원을 중심으로 거리의 극우 지지층과 뭉쳐 헌재를 공격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거리의 극우 지지층도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 시차를 두고 대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마냥 윤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대선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가운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를 중심으로 강성 지지층이 결집해 대선에서 '계엄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국민의힘 최종 경선 후보에) 김문수하고 한동훈 두 분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김문수 장관은 우선 극우세력들. 즉, 전광훈 목사 등 그러한 세력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고 한동훈 전 대표는 조금 다른 세력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경선을 붙는다 하더라도 최종 후보는 역시 김문수 장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요컨대 조기 대선 국면에서 당 지도부가 먼저 움직이고 중진 의원들이 극우 지지층과 함께 나중에 결합하는 모양새가 펼쳐질 공산이 크다. '선발대'와 '후발대'로 역할을 나누는 셈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부 의원들의 불복 시사 목소리를 두고 "개별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 심판이 기각되기를 바라는 희망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개별 의원 하나하나에 대해 우리 당이 민주정당인데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거나 통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한편 야권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승복 선언의 '진정성'을 파고 들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6일 서면 브리핑에서 "나경원 의원 등 극우 선동에 앞장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즉각 합당한 징계조치를 하라"며 "그러지 않으면 권 원내대표의 '승복' 발언은 결국 '불복 선동' 본색을 감추려는 치졸한 연막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