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월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 박람회 CES에 참석해 GB200 NVL72 반도체를 들고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혜로 고속성장을 이어갈지 여부를 차세대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이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미국발 수출통제와 중국 ‘딥시크’, 빅테크 자체 반도체 등 새로운 난관을 마주하고 있다. 투자자는 물론 내부에서도 우려가 일고 있는데 루빈을 통해 이를 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새로 나올 루빈의 성능이 엔비디아가 최근까지 누린 성장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 다수 임원 및 협업사와 인터뷰를 통해 “젠슨 황 CEO가 엔비디아 내부에 매우 초조한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GPU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시장 개화에 따른 수혜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선 앞으로 이런 성과를 이어갈지 불투명하다는 불안감이 차오르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중국 ‘딥시크 R1’ 출현으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가 AI 개발 및 연산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 시장에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딥시크는 미국 규제 영향으로 저사양 반도체만 활용해 AI 챗봇을 개발했음에도 뛰어난 성능을 보였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딥시크 등장을 계기로 AI 열기가 한계에 달했다고 우려하는 투자자가 나온다”고 짚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수출통제도 엔비디아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요소로 꼽혔다.
미국 당국은 전임 바이든 정부 시절부터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 왔다. 중국은 엔비디아 반도체의 대규모 수요처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조가 트럼프 정부에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는 2월25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된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한층 강력한 버전으로 내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자체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는 점도 루빈 성능이 중요한 이유로 지목된다. 이들 하이퍼스케일러로서 엔비디아로부터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를 제공받아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를 뜻한다. 이들은 그동안 엔비디아의 막강한 협상력 앞에서 서버용 GPU는 물론 소프트웨어 및 네트워크까지 모두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회피하려는 시도가 성과를 내면 엔비디아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 2024년 3월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현장 사진. <엔비디아> |
월스트리트저널은 엔비디아에 “다음 발걸음은 훨씬 더 커야 한다”며 루빈이 투자자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시장의 기대 속에서 엔비디아는 17일(현지시각)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 신형 루빈에 상세 성능을 처음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각으로 19일 오전 2시에 진행되는 젠슨 황 엔비디아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기조연설에서 공개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엔비디아는 AI 산업 개화에 최대 수혜를 입으며 수년 동안 높은 성장세를 누렸다.
엔비디아에 '회계연도 2025'(2024년 1월~2025년 1월) 일반기업회계(GAAP) 기준 순이익은 728억8천만 달러로 직전 해와 비교해 145% 증가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말고도 사업 다각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자율주행 차량을 운영하는 ‘물리 인공지능’, 의료 진단과 신약 개발에서 AI 활용을 확대하는 헬스케어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그러나 엔비디아 실적에서 서버용 반도체 판매 사업부문인 데이터센터 비중을 고려하면 루빈의 중요도가 더욱 부각된다.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50%대에서 지난해 80% 수준까지 뛰었다.
이르면 2026년 출시될 루빈 성능이 엔비디아에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향방을 결정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일단 투자업계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의 로스 세이모어 분석가는 루빈이 기존 블랙웰과 비교해 인상적인 성능 향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 또한 “블랙웰은 기존 세대 GPU보다 연산 속도를 30배 끌어올렸다”며 “루빈도 비슷한 개선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부문은 4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CAGR) 30%로 2029년 3천억 달러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루빈에 높은 기대감이 형성돼 있음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