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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세계 학계서 '지구공학' 논의 급증, "아스피린으로 암 치료" 비판도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5-03-17 13: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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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세계 학계서 '지구공학' 논의 급증, "아스피린으로 암 치료" 비판도
▲ 지구가 거대한 렌치에 끼워져 있는 모습. '지구공학'이라는 기술(렌치)을 활용해 기후위기를 고쳐보려는 시도를 풍자하고 있다. <국제환경법센터>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학계가 최근 '지구공학' 허용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기후대응이 계속 늦어지면서 더 늦기 전에 지구 환경을 바꾸는 극단적 조치를 취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구공학이 기후변화 문제에 단순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구공학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17일 외신 보도와 기관 발표 등을 종합하면 최근 지구공학 기술이 기후변화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구공학이란 지구 생태계와 환경을 인위적으로 바꿔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기술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열을 차단해 기온을 낮추는 태양 지구공학이나 해양의 생태계를 바꿔 인위적으로 이산화탄소 흡수율을 높이는 해양공학 등이 있다.

매튜 헨리 영국 엑서터대 연구 팰로우는 14일(현지시각) 가디언 사설을 통해 "현재 온실가스 배출 현황으로 미뤄봤을 때 지구 기온상승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최소 2도를 넘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이같은 기온상승 속도를 짧은 시간 내에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도구는 태양 지구공학"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생물다양성협약(UNCBD),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 국제기관들과 여기에 참여하는 세계 각국은 여러 협약을 통해 지구공학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2차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2)에서 세계 190개국은 기후변화 대응 목적으로 생태계를 뒤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지구공학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지구공학 기술 사용은 생태계에 이변을 일으키는 것에 더해 인류 사회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다만 기술의 영향 범위를 실험하기 위한 용도로 국지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이런 와중 올해 1월 영국 공공기관 '고등연구발명국(ARIA)'은 극지방 일대에서 에어로졸이 함유된 구름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한다고 발표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에어로졸은 대기 중에 함유된 고체 또는 액체 입자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미세먼지나 황 등 오염물질도 포함된다. 에어로졸이 많이 함유된 대기는 빛을 더 많이 반사할 수 있어 지구 안으로 들어오는 태양열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기후변화에 세계 학계서 '지구공학' 논의 급증, "아스피린으로 암 치료" 비판도
▲ 마이클 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기후학자. < Flickr >
이에 마이클 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기후학자는 12일(현지시각)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는 암을 아스피린으로 치유하겠다는 소리"라며 "당장은 문제를 회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내부적으로 문제는 계속 커져가도록 방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제환경법센터(CIEL)도 5일(현지시각) 공식성명을 통해 "지구공학은 국제법과 인권이 관련된 책임을 무시하고 기술적으로 심각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과학적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다"며 "지구공학 기술 사용을 통제할 수 있는 글로벌 프레임워크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반대 목소리에도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지구공학 기술을 향한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환경법센터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1971년 지구공학 기술 개념이 처음 제안된 뒤 발표된 관련 연구 프로젝트는 598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90%가 2004~2023년에 나왔다.

특히 2019~2023년 동안 발표된 태양 지구공학 프로젝트는 2014~2018년 시기와 비교해 3배 증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간단한 해결책'인 지구공학 기술에는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커 관련 연구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올해 2월 더 컨버세이션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문제에 관해 큰 기술적 솔루션을 좋아하는 인물들과 굉장히 가까운 사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그는 기후변화 관련 투자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지구공학 연구는 따지고 보면 비용 면에서 비싸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잠재적으로 여기에서 큰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지구공학은 기후대응의 주류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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