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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정의선 현대차그룹 1100일 만에 부회장 자리 부활, 왜 장재훈을 선택했을까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5-03-1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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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7881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의선</a> 현대차그룹 1100일 만에 부회장 자리 부활, 왜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8696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장재훈</a>을 선택했을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다시 부회장직을 부활시키면서 조직 개편과 리더십 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줬다. 정의선 회장이 '정의선 체제'의 첫 번째 부회장으로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을 선택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1111일. 2021년 12월17일 현대자동차그룹의 연말 인사로 부회장단이 사실상 해체된 날부터 2025년 1월1일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이 취임할 때까지, 현대차그룹의 부회장 자리가 비어있었던 시간이다. 

지금의 장재훈 부회장을 떠올리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장재훈 부회장은 ‘요식업’이라는 매우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장재훈 부회장이 1990년 용산에 오픈했던 '라 쿠치나'라는 이탈리아 식당은 미슐랭 가이드에도 선정될 정도로 성공했다.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다음에도 자동차와는 관계 없는 길을 걸었다. 현대차그룹에서 그가 처음 맡았던 직책은 현대글로비스 글로벌사업실장 상무다. 

이런 그가 1111일만의 현대차 부회장의 주인공이 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얼마나 장 부회장을 신뢰하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이후 부회장단을 해체하고 회장 직할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그룹을 개편해왔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10명이 넘는 부회장단 체제를 운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다시 부회장직을 부활시키면서 조직 개편과 리더십 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줬다.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와 커지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헤쳐나가기 위한 정의선의 ‘믿을맨’으로 장재훈 부회장이 선택된 셈이다.

정의선은 왜 부회장직을 부활시켰나

부회장직의 부활은 단순한 조직 개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의선 회장이 장재훈 부회장을 승진시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성과에 대한 보상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것이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이끈 지도 어느덧 8년이 흘렀다. 이제 현대차는 ‘정몽구의 사람들’이 아니라 ‘정의선의 사람들’이 이끌어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그동안 성과를 거둔 ‘정의선의 사람들’에게 걸맞은 자리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부회장은 총수 일가를 제외한 전문경영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다. 이번 인사는 성과를 내면 누구라도 부회장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 이유는 ‘친정체제 강화’다. 

정의선 회장은 부회장단을 해체하는 방법으로 친정체제를 만들어왔다. 그런 의미에서 부회장직 부활이 친정체제 강화의 수단이라는 것은 일견 모순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에 부활한 부회장은 과거와 성질이 다르다. 정의선 회장의 말과 생각을 깊이 이해하고 그룹 내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사람을 ‘넘버 투’로 삼은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이번 인사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오히려 정의선 회장의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씨저널]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7881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의선</a> 현대차그룹 1100일 만에 부회장 자리 부활, 왜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8696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장재훈</a>을 선택했을까
▲ 1월6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2025 현대차 신년회 좌담회에서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송창현 송창현 현대자동차 첨단차플랫폼 본부장 사장이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선 체제의 첫 번째 부회장, 왜 장재훈인가

그렇다면 현대차그룹 내의 수많은 ‘정의선의 사람들’ 가운데 장재훈 부회장이 선택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장 부회장이 정 회장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장재훈 부회장의 존재감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말, 부사장 승진과 함께 경영지원본부장에 발탁되면서부터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그룹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조직문화 개선과 해외 공략 강화 등 체질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다. 

장재훈 당시 부사장은 정의선 회장의 의도를 빠르게 읽어냈고,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 이유는 정의선 회장이 생각하는 현대차의 미래를 가장 잘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과 함께 다시 부각되는 보호무역 정책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미국이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미국 업체 중심으로 재편하고,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담을 높이면서 현대차·기아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 찾아왔다.

◆ 변화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현대차의 돌파구는 ‘브랜드’

이제 현대차그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통해 차별화해야 하는 시점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전략을 이끄는 핵심 인물이 바로 장재훈 부회장이다.

장재훈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이끌어온 인물이다. 

대표적 사례가 장 부회자잉 이끌었던 제네시스의 성공이다. 

제네시스는 2024년 미국 시장에서 6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또한 JD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제네시스의 성공은 현대차그룹의 목표가 더 이상 ‘가성비 좋은 차’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독일자동차 3사, BMW, 벤츠, 아우디처럼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해야 장기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비싸더라도 ‘소유하고 싶은 브랜드’라고 느껴야 한다는 의미다.

장재훈정의선, ‘브랜드 중심 경영’에서 만나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 ‘모빌리티 브랜드’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펼쳐왔다. 전기차·자율주행·로보틱스 등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던 이유도 현대차·기아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서였다. 

장재훈 부회장 역시 같은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장 부회장은 제네시스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제 현대차그룹의 목표는 명확하다. 단순히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의 저렴한 대안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소유하고 싶은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이다. 

“어떻게 살고 있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광고 문구가 한국에서가 아니라 세계에서도 통용되는 날이 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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