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부품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LG이노텍은 올해 대대적 카메라 모듈 업그레이드에 따른 수익성 강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회사 매출의 약 80%는 애플에 공급하는 카메라모듈에서 나오는데, 애플이 올해 가을 출시할 아이폰17의 성능 향상을 하드웨어가 아닌 인공지능(AI)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신규 출시되는 아이폰17 에어(슬림) 모델의 경우 카메라모듈이 1개만 탑재되면서 전체 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스마트폰 내 AI 도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재료비가 상승함을 감안하면, 하드웨어 마진 방어를 위한 카메라모듈 판가 하락 우려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애플은 올해 9월 두께 5.5㎜의 초슬림 폰 ‘아이폰17 에어’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플러스 모델을 대체하는 아이폰17에어는 단일 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들의 카메라모듈 시장 진입도 수익성에 부정적 요인이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은 올해 66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약 5% 감소하는 것이다. 2023년 영업이익 1조2718억 원을 거둔 이후 지난해 이어 2년 연속으로 역성장하는 것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후발 업체들과 가격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점유율 유지를 위해 수익성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북미 고객사(애플)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잃어가고 있어 전방 수요도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문 대표는 반도체 기판 사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LG이노텍이 신규 사외이사로 경제관료 출신인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을 영입하는 것도 반도체 기판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김 부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 실장을 지낸 인물로, 국제 교역 환경 변화에도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해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LG이노텍의 반도체 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이미지. < LG이노텍 >
LG이노텍은 2024년 12월부터 첨단 반도체 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를 북미 빅테크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FC-BGA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기판이다. 고성능, 고밀도의 회로 연결을 요구하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로 사용된다.
올해 하반기에는 AI 반도체용으로도 FC-BGA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텔에 고부가 제품을 공급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FC-BGA 수요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FC-BGA 시장 규모는 2022년 80억 달러(약 11조7천억 원)에서 2030년 164억 달러(약 24조 원)로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 사업도 LG이노텍의 주요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전장 부품에서 거둔 매출은 1조9406억 원으로, 전체 매출 21조2천억 원에 비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전장부품 신규 수주와 수주잔고(차량 카메라 모듈 제외)는 2021년 이후 지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모듈(AP 모듈)을 전장 부품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차량용 AP 모듈은 차량 내부에 장착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디지털 콕핏과 같은 자동차 전자 시스템을 통합 제어하는 반도체 부품이다.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차량의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FC-BGA 사업 본궤도 진입과 고부가 통신 모듈을 중심으로 한 전장 부품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2026년 이후를 바라보면 본업의 경쟁력 회복과 모바일 외 사업의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