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5-03-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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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승원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실상 취임 첫해부터 고부가가치 제품 증설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사장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하는 일은 롯데그룹 화학군의 체질 개선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정승원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 부사장이 취임 첫해 셀룰로스 소재를 앞세워 롯데 화학군의 체질 개선에 앞장선다. <롯데정밀화학>
16일 석유화학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정밀화학이 올해 안으로 식·의약용 셀룰로스 생산공장의 증설을 마치면 생산능력이 세계 2위에서 1위 기업으로 올라서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정밀화학의 식·의약용 셀룰로스 생산능력은 기존 3900톤에서 1만 톤으로 확대된다. 이 분야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세부적 생산능력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으나 롯데정밀화학이 세계 1위에 오를 것이 확실한 것으로 여겨진다.
셀룰로스는 용도에 따라 산업용과 식·의약용 등 2가지로 나뉜다. 증설에 들어간 식·의약용 셀룰로스는 알약(타블렛) 코팅과 캡슐 원료, 유화제 등에 사용돼 약물이 특정 부위까지 녹지 않고 도달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약효 지속기간 조절을 도와준다.
제약사에 셀룰로스를 새롭게 공급하려면 2년에 걸친 제품 테스트와 각종 인증 취득 기간을 거쳐야 한다. 또한 고객 요구에 따라 수백 가지 맞춤형 규격을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어 식·의약용 셀룰로스는 진입장벽이 높은 고부가가치 소재로 꼽힌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셀룰로스 공장 증설과 관련해 “올해 식·의약용 셀룰로스 증설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증설에 따라 롯데정밀화학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정밀화학이 지난해 10월 세계 1위 의약용 셀룰로스 유통사인 컬러콘과 1조 원 규모의 유통 계약을 맺은 점도 실적 개선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롯데정밀화학 영업이익이 최소 892억에서 최대 12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영업이익 504억 원과 비교하면 올해 실적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롯데정밀화학 실적 전망을 놓고 “스페셜티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에 기반해 상대적으로 안정적 이익 창출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2025년에는 셀룰로스 증설 효과가 반영되면서 그린소재 부문의 외형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롯데정밀화학의 실적 성장을 이끌면서 롯데 화학군의 실적과 체질 개선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범용 기초소재 시장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롯데정밀화학의 고부가가치 소재에서 실적 확대는 롯데 화학군의 실적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이 연결기준으로 8948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는 가운데 롯데정밀화학은 504억 원 영업이익을 내며 적자 규모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탰다. 2023년에는 롯데케미칼이 3477억 원의 영업손실을 볼 때 롯데정밀화학이 154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정도로 적자 폭 감소에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롯데그룹 차원에서도 화학군의 고부가가치 소재 성장에 힘을 싣고 있다.
롯데그룹은 2월27일 열린 ‘롯데그룹 IR데이’를 통해 롯데케미칼 매출의 66%를 차지하는 기초화학 분야 비중을 2030년까지 30%까지 낮추고 정밀화학과 첨단소재 등 기능성 소재 비중을 7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 롯데 그룹 차원에서도 롯데정밀화학의 고부가가치 소재 성장에 힘을 싣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정 대표가 롯데정밀화학의 최고경영자로 선임된 것도 화학군 체질 개선 계획의 일환으로 읽힌다.
정 대표는 1969년생으로 연세대 화학공학 학·석사를 졸업하고 1995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다. 이후 롯데케미칼 해외신규사업팀장, LA프로젝트 담당임원, 신규사업 담당임원, HQ경영전략 및 신사업부문장 등을 맡았다.
2022년에는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이사 전무로 회사를 이끌며 바이오 초산비닐 3만 톤 양산 계획을 이끄는 성과를 냈다. 롯데이네오스화학은 이후 초산비닐 생산량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초산비닐은 식품용 포장재, 무독성 접착제 및 도료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비롯해 태양 전지 모듈 하우징과 디스플레이용 편광 필름과 같은 친환경 첨단 소재 등에 사용된다.
정 대표가 과거 친환경 소재의 비중 확대에 성과를 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올해 롯데정밀화학 그린소재 실적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료용 셀룰로스 소재가 포함된 그린소재의 올해 매출은 6290억 원으로 전망된다”며 “지난해 그린 소재 매출이 529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1천억 원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