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증권시장의 두 큰손인 외국인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지난 7개월 간 극단적인 성향 차이를 드러냈다. 한 쪽에서 사들이는 주식을, 다른 쪽에선 집중적으로 팔았다. 승자는 외국인이었다.
1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2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을 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2024년 8월부터 2025년 2월까지 7개월 연속으로 국내주식을 순매도했다.
▲ 외국인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간 외국인투자자의 순매도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23조2770억 원)와 현대차(1조5810억 원)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SK하이닉스(1조5930억 원)와 네이버(1조3320억 원)였.
개인투자자는 외국인투자자와 완전히 반대 성향을 보였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 한 종목은 삼성전자(19조6900억 원)와 현대차(1조210억 원)였다.
반대로 순매도 상위 종목은 네이버(2조910억 원)와 하이닉스(1조1830억 원) 순이었다.
외국인의 선택을 받은 SK하이닉스와 네이버는 각각 –2.26%와 18.9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인의 사랑을 받은 삼성전자는 수익률 –35.04%를, 현대차는 –22.49%를 나타냈다.
때문에 외국인투자자가 평균적으로 개인투자자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거뒀을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투자자가 지수를 움직일 수 있기에 두 투자자 간 수익률 차이가 생긴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는“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좌지우지되고 있다”며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주식시장을 흐름을 살펴볼 때 외국인 투자자가 개인 투자자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개인과 외국인투자자의 투자성향이 달라 선호 종목이 엇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는 주로 단기적이고 감정적인 거래를 선호하는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장기적인 전략과 정보 기반의 투자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개인투자자는 너무 많은 거래빈도와 시장수익률을 하회하는 투자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개인투자자는 투자역량이 부족하고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받기 쉬워 과도한 거래와 열악한 투자성과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로 다른 투자자에게 매력적 종목이었단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엔비디아로부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인증을 획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인증을 받지 못해 줄곧 경쟁에서 밀려왔다. 삼성전자 주가도 함께 고전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자 외국인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로 관심을 돌렸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할인된 가격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2022년 소액주주가 600만 명을 넘어서며 ‘국민주식’으로 불렸던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에 거는 기대감과 신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시가총액의 26.5%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주로 미국계 투자은행·펀드와 미국, 싱가포르, 노르웨이, 중국, 일본 등의 연기금·국부펀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식시장은 1992년 외국인투자자를 처음 받아들인 뒤 19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완전히 문을 열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