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유상증자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쉽지 않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삼성SDI가 투자자금을 확보해 미래 슈퍼사이클을 대비하겠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첫 해부터 2조 원 유상증자를 통해 미래를 대비한 투자에 나선다. 최 사장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인터배터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삼성SDI는 14일 미래 경쟁력 강화와 중장기 성장 가속화를 위해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 사장이 취임 첫 해부터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든 것은 현금을 확보해 유동성을 개선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SDI는 최근 몇 년 새 부채가 급격하게 늘면서 이자비용도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 572억 원을 기록했던 이자비용은 2022년 901억 원, 2023년 2736억 원, 2024년 3357억 원으로 늘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2023년 2조660억 원에서 지난해 5755억 원으로 감소하면서 4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지난해에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전기차 캐즘으로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실적 반등과 함께 미래까지 준비해야 하는 최 사장으로서는 ‘실탄’ 마련이 시급할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최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기술력 확보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슈퍼사이클을 준비하고 올라타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SDI 실적이 큰 폭으로 후퇴한 상황이지만 미래를 대비한 투자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6조5922억 원, 영업이익 3633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보다 매출은 22.6%, 영업이익은 76.5% 감소했다.
하지만 누적 연구개발(R&D) 비용은 역대 최대치인 1조2975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과 비교해 14.2%가 증가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도 7.8%로 전년 대비 2.8%포인트 증가했다.
삼성SDI는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배터리 합작법인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 투자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는 세계 시장에서도 삼성SDI가 기술력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3년 이미 파일럿 생산라인 구축을 마쳤고, 지난해에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는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 2조 원 가운데 4541억 원을 시설투자 용도로 사용키로 했다.
최 사장은 “안정적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기술 경쟁력 강화, 매출·수주 확대, 가격 혁신을 통해 캐즘을 극복하고, 다가올 슈퍼사이클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