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반등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 높은 만큼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지켜보며 부동산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가 지난 2월 서울시 토지허가러래제도 자체 심사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트럼프발 관세전쟁’ 여파로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일제히 하락 중이다.
한국 역시 국책기관과 투자은행들이 앞다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리고 있다. 성장이 부진하면 부동산 시장도 고전을 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등의 여파로 거래량이 반등 중인 서울 아파트 시장을 오독해선 곤란하다는 뜻이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전 세계를 강타 중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관세전쟁의 여파로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줄하향’ 중인 것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9%, 내년은 1.4%에서 1.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멕시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에서 상당 부분을 약 1개월간 유예받았지만 사실상 아비규환 상태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달 21일 올해 경제 성장률이 0.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 1.2%의 반토막 수준이다.
중국도 올해 5% 성장률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골드만삭스와 HSBC는 4.5%, UBS는 4%로, JP모건은 3.9%로 각각 전망치를 내렸다. 대만은 3.29%에서 3.14%로, 태국은 2.9%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관세전쟁의 진앙지인 미국이 온전할 리 없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4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7%로 낮추고, 12개월 내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을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4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3%에서 1.2%로 내렸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바닥없이 추락 중
한국은 다른 나라 걱정을 할 처지가 아닐 정도로 처지가 곤궁하다.
한국은행(한은)은 이미 지난달 25일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1.9%)보다 무려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전망 1.8%를 유지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1월20일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지난해 11월 전망)에서 1.6~1.7%로 하향 예고한 바 있다. 당시 한은은 블로그에 게시된 ‘1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시 한국은행의 경기 평가’ 글을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과 내수 위축 등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하겠다 예고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만에 하락폭이 다시 0.1%포인트 커진 것이다.
한은뿐 아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1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기존 전망치(2.0%)보다 무려 0.4%포인트 낮췄다. 국책기관들이 모두 1% 중반대의 경제성장을 전망한다는 뜻이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는 더 박하다.
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투자은행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1월 말에 이어 2월 말에도 평균 1.6%로 집계됐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계산하면 지난 1월 말은 1.64%, 2월 말은 1.55%로 한 달 사이 0.1%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달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8%에서 1.5%로, 씨티가 1.4%에서 1.2%로, 노무라가 1.7%에서 1.5%로 각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평균이 떨어졌다. 아울러 UBS는 1.9%, 골드만삭스는 1.8%, HSBC는 1.7%, 바클리는 1.6%, JP모건은 1.2%를 각각 제시해서 한 달 전과 같았다.
투자은행 평균 전망치가 0.01%포인트 더 하락해 1.54%가 되면 반올림 수치가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1.5%와 같아진다.
영국 연구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가 지난달 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1.0%를 낮추는 등 한국 경제를 가장 어둡게 보고 있고 다음이 JP모건과 씨티(각각 1.2%)다.
성장률이 급락하고 금리도 떨어지기 힘든 마당에 부동산 시장만 상승하긴 어려워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실 등을 토지거래허가제구역에서 해제한 뒤 서울아파트 시장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9월 이후 3천 건대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거래 가뭄 상태였다. 그런데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2월 거래량이 4500건을 돌파했다. 신고기한이 아직 보름 가까이 더 남은 만큼 6천 건대도 가능할 전망이다.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도 2월 들어 13억 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로 돌아섰다. 관건은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평균 거래금액의 상승세가 ‘대세상승의 전환점’인지 여부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시장 가격을 규율하는 세 가지 요소를 성장, 금리, 대출로 본다. 이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역시 대출이다. 대출 문턱을 낮추고 대출 한도를 올려주면 무리해서라도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바로 주택거래량 증가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대출만으로 대세상승장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금리와 성장이 받쳐주어야 대세상승장이 가능하다. 앞서 살펴봤지만 성장 쪽은 처참할 만큼 나쁘다. 터닝포인트를 만들기도 어려워 보인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 세계시장의 위축만 한 악재도 드물기 때문이다.
금리도 크게 기대할 바가 못된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리를 좌우하는 미국이 인플레이션과 재정 적자의 협공을 받아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조건이 이렇다면 2월 서울 아파트 시장 상황만 보고 무리하게 시장에 뛰어드는 건 매우 위험해 보인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를 주시하면서 숨을 고르는 게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