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검찰이 법원행정처장의 즉시항고 필요성 언급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재구속 가능성이 사라졌다. 윤 대통령은 당분간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형사재판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해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은 13일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검은 이날 오후 지도부 회의 후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불복 여부는 검찰의 업무 범위에 속하고 이에 대해 검찰총장이 수사팀과 대검 부장회의 등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숙고 끝에 준사법적 결정을 내린 이상 어떠한 외부의 영향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은 이어 "검찰은 인신구속과 관련된 즉시항고를 위헌으로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종전 결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고 본안에서 바로잡기로 결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 이후 석방지휘를 하면서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하지만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상급심 판단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했다.
천 처장은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저희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구속기간 산입, 불산입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검찰에서도 재판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수로 계산하겠다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7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하고 윤 대통령의 경우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법원에 수사 관계 서류가 있던 기간을 구속 기간에 불산입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앞줄 왼쪽 세 번째)이 2월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완규 법제처장,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연합뉴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 지휘를 받아 법원(사법부) 전체를 관장한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이다. 따라서 천 처장의 언급은 사법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도 검찰은 이 사법부의 '뜻'을 거슬러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검의 이날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재구속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자유로운 몸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사건과 서울중앙지법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에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앞으로 형사재판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나온다.
헌재 탄핵심판 사건은 최종 변론까지 마무리되고 헌재 결정만 남겨두고 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구속돼 있어 방어권이 침해됐다면서 헌재에 변론 재개를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일각에서 제시됐다. 윤 대통령 측은 그동안 줄곧 헌재가 '졸속 심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 쪽은 변론 재개 카드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쪽 법률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변론 재개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재판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섣불리 변론 재개 카드를 꺼냈다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뒤늦게 합류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형사재판 대응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형사재판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의 내란 사건 수사가 불법이라며 공소기각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 이 사건 관련자들의 검찰 진술 등을 부인하는 등 치열한 법리 공방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과거 서울구치소에 있을 때보다 자유롭게 재판 준비가 가능하다"며 "형사재판은 헌재 탄핵심판보다 훨씬 더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