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애 기자 grape@businesspost.co.kr2025-03-13 17: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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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수력원자력이 국내에서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에 착수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혁신 기술과 유럽 국가와 파트너십을 활용해 수출 확대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월20일(현지시각)노르웨이 및 스웨덴 민간 SMR 개발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13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최근 11차 전력기본수급계획이 확정되면서 국내 첫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을 위해 올 하반기 유치 공모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한수원은 올해 상반기에 SMR 건설 부지 선정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해 하반기에 유치 공모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지 선정에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환경성과 건설 용이성, 주민 수용성 등을 기준으로 종합적 평가를 수행한다.
올해 말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내년 9월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예정구역 지정 고시를 통해 부지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대구와 부산, 경주, 창원 등의 지자체에서 SMR을 유치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SMR 건설은 해외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SMR을 정부의 원전수출과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사업으로 삼았다.
한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2030년대에 세계 SMR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로 수출에 초점을 맞춘 혁신형 SMR(i-SMR)기술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i-SMR은 발전 용량을 기존 대형 원전보다 작은 170MW 로 줄이고 모듈화 제작 기법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기존 대형 원전보다 짧은 건설 기간과 높은 안전성, 비상시 자동 냉각 설비 등이 특징을 가지고 있다. i-SMR은 가압경수로(PWR) 형태로 3.5세대 SMR로 분류된다.
i-SMR은 지난해 말 기본설계가 완료됐고 올해 12월까지 표준설계가 진행된다. 2028년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하기 위해 2023년부터 2028년까지 6년간 4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SMR은 탄소중립에도 효과적이다. SMR은 무탄소 전원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다. 특히 산업 및 데이터센터와 같은 고에너지 소비 분야에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2023년에 원자력을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분류하고 SMR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수원은 유럽 SMR 시장 진출을 위한 밑바탕을 다지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1월 노르웨이 민영 SMR 사업 개발사인 노르스크 슈례녜크레프트와 스웨덴 민영 SMR 사업 개발사인 쉔풀 넥스트와 각각 SMR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i-SMR 도입을 위한 정보 공유, 후보 부지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SMR Smart Net-zero City(SSNC) 모델 개발 등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원전 운영사 중심이 아닌 에너지 수요처와 개발사가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SMR 사업 구조가 주목받는 시장 상황을 반영해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유럽 각 지역 특성에 맞는 i-SMR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 사장은 “이번 협약은 한수원이 유럽 SMR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고, 한수원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유럽 에너지 기업들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가동이 빠른 3.5세대 SMR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수원이 3.5세대 SMR인 i-SMR을 통해 유럽 SMR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도 이와 같은 맥락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수원은 미국 SMR 시장이 기존 경수로가 아닌 새로운 방식의 4세대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해 3.5세대에 관심이 많은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이 내놓은 'SMR, 문을 열다:개념과 밸류체인'을 살펴보면 미국에는 테라파워, 엑스에너지, 카이로스 파워 등 스타트업 및 벤처형 SMR 기업이 많다.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톤 등 빅테크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더욱 빠르게 4세대 SMR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해 5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진행된 ‘SMR & Advanced Reactor 2024’ 콘퍼런스에 서 'SMR, 새롭게 부상하는 해결책' 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전달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또한 미국은 단순한 원전 기술 발전을 넘어 글로벌 원자력 시장에서 기술 패권을 확보하고 산업 표준을 정립하기 위해 기존 원전방식과 단절된 새로운 형태의 4세대 SMR을 구축하는 방향을 전개하고 있다.
한수원은 3.5세대뿐 아니라 미국 시장의 4세대 SMR 기술 확보에도 신경쓰고 있다. 지난해 8월 이사회를 열고 미국의 4세대 SMR 개발사인 테라파워의 지분을 인수한다는 계획을 조건부로 가결했다.
한수원은 SK그룹이 테라파워 투자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16%를 530억 원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한수원이 국내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최초로 SMR 개발사에 투자한 사례로 파악된다.
또 2023년 4월에는 SK와 SK이노베이션과 함께 테라파워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처음으로 미국 SMR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한수원은 또다른 4세대 SMR 시장 대표주자인 캐나다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차세대 SMR 개발사인 캐나다 ARC, 캐나다 전력 공기업인 NB파워와 함께 추가 협력을 위한 3자간 상호협약을 체결했다.
한수원은 ARC 및 NB파워와 향후 건설될 ARC의 SMR 4기에 대한 시운전, 운영, 정비 및 프로젝트 관리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황 사장은 “국내 혁신형 SMR(i-SMR)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4세대 SMR 시장 적기 진출도 병행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세대 SMR 개발과 건설 가속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협력은 필수적이며, 캐나다 선도 기업과 한수원의 강점을 통해 협력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