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계룡건설이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빠른 속도로 수주 곳간을 채우고 있다. 1분기가 다 지나기도 전에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공공공사 부문에서 특히 두각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이승찬 계룡건설 회장은 공공공사 부문의 강점을 토대로 실적 반등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보면 계룡건설이 이날까지 쌓은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공사 수주액은 모두 4356억1033만 원이다.
계룡건설이 올해 수주 계약을 따낸 건은 모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발주하는 공공공사였다.
지난 11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세종시 아파트 건설 공사 계약을, 2월에는 조달청과 방위산업청 및 LH와 경기 고양 장항 아파트, 1월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송파 공공주택 아파트 계약을 체결했다.
계룡건설의 지난해 첫 수주가 4월 맺은 쿠팡과의 부산 풀필먼트 센터(FC, 물류센터) 공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계룡건설의 수주 속도가 매우 빠른 셈이다.
계룡건설이 그동안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실과 한국은행 통합별관 등 주요 건물 시공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공사 등 공공공사에서 드러낸 강점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가운데 지난해 공공공사를 가장 많이 수주한 곳은 계룡건설이었다. 계룡건설은 1조5889억 원을 수주하며 DL이앤씨(1조5666억)를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당시 계룡건설이 공공공사 왕좌에 다시 올라선 것으로 평가됐다. 계룡건설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공공공사 신규 수주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공공공사는 통상 민간 사업자로부터 수주하는 사업보다는 수익성이 낮다. 하지만 발주처에 대금을 떼일 염려가 적어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 특히 중견 건설사에게는 재무구조를 안정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필두로 물가상승에 따른 공공공사 공사비 현실화 방안에 관한 공감대도 형성돼 기대감도 존재한다.
이승찬 계룡건설산업 회장은 올해 빠른 수주 잔고 확충을 토대로 재무 구조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주주총회 소집을 위해 제출된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계룡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1693억 원을 거뒀다. 2023년보다 6.4% 늘어난 것으로 사상 첫 3조 고지를 밟았다.
반면 영업이익은 매출원가 상승에 17.7% 줄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순이익은 기타영업외비용 감소에 4.9%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220%로 지난해 9월말(231%)보다 낮췄다. 계열사를 제외한 계룡건설 별도 기준 부채비율도 145%로 9월말(166%)보다 개선됐다.
외부감사를 거치지 않은 재무제표인 만큼 앞으로 바뀔 가능성은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계룡건설의 사업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읽힌다.
이승찬 회장도 올해 수주 목표를 사상 최대 성과를 거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걸고 실적 반등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창립 55주년 행사에서 계룡그룹 전체 수주 목표로 6조4천억 원을 제시했다.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쌓은 지난해(6조5227억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매출 상승에도 원가율 부담에 영업이익 감소세가 이어진 만큼 수익성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계룡건설은 선제적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위험 사전 대응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적극 대처해 수주에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하지만 급격한 원가상승으로 인한 낮은 수익성은 우리에게 뼈아픈 현실이자 우리가 처한 환경이다”고 경계했다.
▲ 계룡건설은 올해 이사회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 |
계룡건설은 올해 이사회 구성을 지난해와 같이 유지하며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 회장은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됐다. 이인구 계룡건설산업 창업주의 장남인 이 회장은 현재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이사로서 경영총괄을 맡고 있다.
윤길호 대표이사 사장도 사내이사로 재추천됐다. 이 회장 매형인 오태식 대표이사 사장 임기가 남은 만큼 전문경영인과 오너일가 대표이사 2인 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이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는 방식이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계룡건설은 이밖에 지난해 대표이사를 내려놓은 전문경영인
한승구 전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추천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대한건설협회 회장에 취임한 뒤 이에 전념하기 위해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그뒤로도 사내이사로 경영을 자문해 왔다.
계룡건설은 공공공사에서 다양한 수주 이력을 쌓은 만큼 강점을 이어가고 있다고 바라봤다.
공공공사를 발주하는 주체가 정부 및 공기업인 만큼 체계화‧정량화된 기준에 맞춰 다수의 경험이 다른 건설사와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다 주고 있다는 것이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계룡건설은 전통적으로 공공공사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고 공공과 민간 물류센터나 병원 등에서 경험과 역량을 쌓았다”며 “풍부한 수주 이력을 갖춘 만큼 다른 건설사와 비교했을 때 경쟁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