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기차 및 친환경차 제조사들이 내수시장의 가격 경쟁 심화에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워지며 해외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광저우 항구에 선적을 기다리는 BYD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및 친환경차 시장에서 중소 업체들의 난립과 공급 과잉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며 대규모 시장 재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 년 안에 전체 브랜드의 25%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되는 한편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2일 “중국 친환경차 가격 경쟁이 장기화되며 이제는 3년 가까이 이어질 토너먼트 대결이 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관련 기업 및 부품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써 왔다.
그 결과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친환경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점유율을 차지하게 됐고 부품과 소재 공급망에서도 절대적 지위를 확보했다.
하지만 수많은 신생 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과잉 생산을 지속하며 가격 경쟁을 이끌었고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 기업들은 결국 파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10년대 말까지 중국에 약 400개의 자동차 제조사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현재는 약 40개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 년 안에 75%의 중국 친환경차 브랜드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상위 기업들만 치열한 대결에서 살아남는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 샤오펑의 허샤오펑 CEO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약 2개월마다 자동차 제조사가 하나씩 문을 닫고 있다”며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중국에 7개 미만의 친환경차 브랜드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덧붙였다.
중국 친환경차 제조사들은 자연히 시장에서 살아남는 소수의 기업에 포함되기 위해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성 개선 등 작업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 중국 전기차 제조사 샤오펑(엑스펑)의 차량 내부 이미지. |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율주행을 비롯한 신기술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내려는 노력에도 빠르게 힘이 실리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 과정에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 확대 노력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경쟁은 주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 차량 수출을 늘린다면 이런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BYD와 샤오펑을 비롯한 중국 상위 기업들이 최근 한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검토하거나 본격화하고 있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허샤오펑 CEO는 샤오펑이 중장기적으로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도 두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주요 국가는 현재 중국에서 수입되는 전기차 등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수출 장벽을 높이고 있다.
현지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산 전기차와 가격 경쟁에 맞대응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예방책을 앞세운 셈이다.
중국 제조사들은 이에 대응해 진출 국가에 직접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수입관세를 피할 우회 경로를 찾고 있다.
결국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친환경차 브랜드의 물량 공세가 본격화되는 일은 시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샤오펑 CEO는 “관세를 비롯한 정책적 불확실성이 우려되지만 기술력 및 품질 개선을 통해 이러한 난관을 충분히 극복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중국 정부 차원에서도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공급 과잉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친환경차 제조사들의 해외 수출 확대를 장려하기 위한 추가적 지원 정책도 포함될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