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3-12 14: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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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국내 ODM 업계 양강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챗GPT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계가 K-뷰티 호황을 타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올해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본격 가동에 나서면서 업계의 양강 체제가 더욱 굳어지는 모양새다. 두 기업은 확장된 생산설비를 기반으로 대량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면서 수주 경쟁에서 중견 ODM 업체들을 더욱 더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생산능력의 한계로 인해 여러 업체로 분산됐던 수주가 점차 대형 ODM 기업으로 집중되며 중견기업들의 입지가 흔들릴 조짐이 보인다.
12일 화장품 업계 상황을 종합해보면 올해 한국콜마·코스맥스가 본격적으로 국내외 생산시설 확충 및 가동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콜마는 최근 세종에 기초화장품 생산 공장을 증설하고 가동을 시작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2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현재 다수의 현지 고객사들과 계약 조율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맥스 역시 지난해 평택 2공장을 준공하고 가동을 시작했으며 화성과 평택 공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상하이에 신사옥 착공을 시작하며 글로벌 생산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는 화성·평택 등 국내 생산공장의 설비를 기존보다 30% 증설해 2025년부터 국내 월간 생산량을 기존 5천만 개에서 7천만 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K-뷰티 수요 확대 흐름을 타고 실적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중견 ODM 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23년 하반기부터 K-뷰티 호황에 힘입어 국내외 수주가 급증했지만 생산능력(CAPA)의 한계로 인해 대형 ODM 기업들이 감당하지 못한 물량이 자연스럽게 중견·중소 ODM 업체로 분산됐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한계를 반사이익 삼아 중견 ODM 업체들이 기회를 얻어왔던 셈이다.
▲ 코스맥스가 지난해 평택2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코스맥스의 평택2공장. <코스맥스>
그러나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생산설비를 대폭 확장하며 대량 수주를 직접 소화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서 중견 ODM 업체들이 끼어 들 여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K-뷰티 특수를 함께 누릴 수 있었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공장 가동률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콜마의 국내법인은 2024년 3분기 평균 가동률이 120.3%에 달한다. 코스맥스 역시 공식적인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국콜마와 마찬가지로 최대 생산능력을 가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형 ODM 업체들이 처리하지 못한 물량이 자연스럽게 중견 ODM 업체들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생산능력(CAPA)은 2023년까지 크게 확대되지 못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 수주가 급증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이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다.
한국콜마의 CAPA는 2022년과 2023년 모두 3억7300만 개로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2024년 3분기 역시 2억8천만 개로 2023년 3분기와 동일한 상황이다.
코스맥스 역시 2022년 6억1700만 개, 2023년 6억5천만 개로 한 자릿수 증가율에 그쳤다. 다만 지난해 3분기 코스맥스는 CAPA는 7억8천만 개로 2023년 3분기와 비교해 26% 증가했다. 지난해 평택2공장 가동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박종대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CAPA가 20% 이상 증가했다”며 “지난해까지는 CAPA 부족으로 다양한 수주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지만 올해부터는 중견·중소 ODM 기업에 분산됐던 수주를 다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국내 사업 매출은 2024년 기준 각각 1조3천억 원, 1조 원에 이른다. 올해 두 기업이 CAPA를 20%씩 증설하면서 약 5천억 원 규모의 신규 ODM 기업이 새로 생긴 셈이다.
이는 국내 3, 4위 ODM 기업인 코스메카코리아와 씨앤씨인터내셔널의 연간 수주 물량 전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해 코스메카코리아와 씨앤씨인터내셔널 잠정 매출은 각각 5243억 원, 2829억 원이었다.
일각에서는 CAPA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역량 격차도 ODM 업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지속적인 R&D 투자로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을 다수 개발하며 브랜드사들의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맥스는 매년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하며 적극적인 R&D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022년 5.66%, 2023년 5.13%를 기록했다. 2024년 3분기 기준으로는 4.30%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5%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한국콜마 역시 마찬가지다. 2022년 6.48%, 2023년 5.79%, 2024년 3분기 기준 5.39%로 꾸준히 높은 연구개발 투자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R&D에만 매년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을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수출 호조로 인디 브랜드들의 몸집이 커지는 점도 업계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브랜드사의 매출이 커질수록 중소 ODM 업체들은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다양한 주문을 신속하게 소화할 수 있는 대형 ODM 업체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올해 코스맥스의 국내 CAPA는 기존 7억8천만 개에서 8억6천만 개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브랜드사의 수주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