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모셔널 자율주행 차량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구형 건축물 스피어 인근에 주차돼 있다. 홍보용 이미지. <모셔널>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이 기술 고도화를 위해 '시범 상업 운행 중단'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잠재 경쟁사인 구글 웨이모나 테슬라가 차용한 기계학습(머신러닝) 쪽으로 ‘대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각) 경제전문매체 모닝브루에 따르면 모셔널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시범 상업 운행을 지난해부터 중단하고 있다. 모셔널은 그동안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율주행 시험 서비스를 수 년째 이어왔다.
모셔널은 기존 ‘규칙 기반’에서 벗어나 ‘학습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엔드투엔드(End to End) 자율주행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이렇게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학습 기반은 차량이 실제 운전자의 행동과 비슷하게 상황에 따라 차선을 바꾸는 등 더욱 적합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연성이 특징으로 꼽힌다.
차량이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판단 및 제어하는 과정을 사람이 의사결정을 내리듯 한 번에 처리하는 것이다. 이에 ‘끝에서 끝까지’ 라는 의미의 기술명이 붙었다.
테슬라와 구글 웨이모 등 자율주행 선두 기업은 이미 학습 기반 방식으로 시장에서 선두를 굳혀가고 있다.
반면 모셔널이 기존에 연구하던 규칙 기반 방식은 신호나 도로 규칙 등 미리 입력한 규칙에 따라서만 차량이 움직인다.
모셔널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시범 상업 운행 중단과 관련해 “기술 개발에 회사 자원을 집중하고자 자율주행 차량 상업 배치를 뒤로 미뤘다”고 밝혔다.
모셔널이 이처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있어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은 완성도 및 활용성을 높여 글로벌 선두 기업과 대결을 벌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율주행 무인 차량호출 서비스인 ‘로보택시’ 시장이 열리는 데는 시간이 있는 만큼 무리하게 선두기업과 당장 맞경쟁을 벌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학습 기반 방식은 도로와 지형이 다양한 여러 국가 및 지역에 자율주행 차량 출시에도 유리하다. 이에 미국 외 다른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발라지 칸난 모셔널 부사장은 “학습 기반 방식이 최첨단”이라며 “한 지역에서 자율주행을 학습하면 다른 모든 지역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2023년 2월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한 도로에서 구글 웨이모 차량끼리 마주서 있다. <연합뉴스> |
현대차 모셔널은 최근 공동 투자사가 지분을 팔고 나가는 등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는 초기 투자부담도 커 자금 여력에서 한계를 맞을 공산이 있다.
실제 2024년 하반기 기준 공동 투자사 앱티브(Aptiv)의 지분은 기존 50%에서 15% 정도로 감소했다. 동시에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3사의 지분율은 84.68%로 높아졌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이 야심차게 내놓은 '모빌리티 비전'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기술을 운전자가 차량을 전부 통제하는 레벨0 부터 사람 개입이 불필요한 레벨5까지 자동화 수준에 따라 6단계로 분류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중장기 미래 구상을 발표하며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에 2033년까지 22조1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모셔널이 이번 기술 전환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 장기적 관점에서 자율주행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셔널이 기술개발의 방향을 전환한 일을 두고 업계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상황을 잘 아는 취재원 발언을 인용해 “모셔널 기업 가치가 41억 달러(약 5조9580억 원)로 평가됐다”고 짚었다. 이는 앱티브가 지분을 줄이기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가치 평가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로보택시 서비스 도입을 위해 자금을 대는 현대차와 진화해 나가는 모셔널을 지켜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