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기후금융과 광물의 지속가능성 세미나'에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국제정치적 상황 변화와 별개로 기후변화는 꾸준히 일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사례만 봐도 기후변화는 이미 실물경제를 넘어 금융기관에도 리스크로 나타나고 있어 워렌 버핏 같은 누구나 알 법한 유명 투자자들도 이에 신경을 쓰고 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수석연구원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인해 기후변화 관련 대응이 후퇴하고 있지만 실질적 위험을 고려하면 금융권은 계속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11일 영국 대사관과 함께 국회 ESG(환경·사회·지배구조)포럼 지원을 받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기후금융과 광물의 지속가능성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 콜린 크룩스 영국 대사, 민병덕 국회 ESG포럼 공동대표(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한국 금융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전체적 대응 차원에서 보면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다"며 “특히 정권 교체에 따라 이행 속도가 달라지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 기업지속가능성 공시 사례만 보더라도 초안은 지난해 5월 발표됐지만 지금까지도 구체적 시행 로드맵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 탄소중립 정책의 추진 근거인 탄소중립기본법 제58조도 "정부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의 추진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하여 재원 조성, 자금 지원, 금융상품의 개발, 민간투자 활성화, 탄소중립 관련 정 공시제제도 강화 등을 포함하는 금융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관련 법률을 제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김 수석연구원은 이날 탄소중립기본법에 근거해 각 금융기관별로 도입해야 하는 사항들을 정책 제언 형식으로 구체적으로 밝혔다.
▲ 연정인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기후리스크 분석팀 과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기후금융과 광물의 지속가능성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김 수석연구원은 "먼저 한국은행을 보면 기본적 목적을 물가 안정으로 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이제 물가안정과 떼놓고 얘기하기 힘든 상황으로 한국은행은 정책 방향이나 세부사항을 수립할 때 기후변화 이슈를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국은행 관계자도 정책에 기후리스크 대응과 친환경 전환을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연정인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기후리스크 분석팀 과장은 "세계에서 최대 규모 전환금융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경제 성장과 탄소 배출량의 증가가 서로 분리되는 ‘탈동조화’ 경향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 과장은 이어 "불의 연소가 일어나는 데 연료와 적정온도가 필요한 것처럼 금융권에서 녹색전환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외에도 금융권을 관리하는 기관인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을 위한 제언도 나왔다.
김 수석연구원 "금융위원회법에는 금융위 소관 사무에 금융기관의 기후리스크 관리 감독 업무를 추가해 감독 권한을 명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금융 감독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은행법과 보험업법 등을 개정해 건전성 관리와 관련된 기후리스크 관리 내용을 넣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반법 차원에서도 기본법 또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입법절차를 통한 녹색 전환 분야로의 금융 조달 촉진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후리스크 관리 및 그린워싱 방지 등에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은 이제야 금융기관의 기후리스크 관리를 위한 제도적 논의를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역량도 아직 훌륭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과제가 남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이어 "국회 ESG포럼은 ESG 공시 의무화, 기후리스크 관리체계 구축, 광물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제도적, 법적 지원을 강화해나가고자 하고 있다"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실질적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