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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해외투자서 주로 돈 벌어, 국내투자 확대 요구에 응답 못 하는 속사정

김인애 기자 grape@businesspost.co.kr 2025-03-11 17: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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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공단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신청으로 이 회사의 상환전환우선주 투자금 전액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국민연금공단에선 국내 주식보다는 해외투자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해외투자서 주로 돈 벌어, 국내투자 확대 요구에 응답 못 하는 속사정
▲ 국민연금은 11일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기금운용위원회 간담회를 열고 해외 및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투자방향을 설명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공단은 11일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가진 기금운용위원회 간담회를 통해 장기적으로 해외 및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변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이사(CIO)는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되는 어려운 투자 환경에서도 해외 및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 국내외 자산 배분과 투자를 다변화했다"고 말했다.

서 이사는 "앞으로도 국내외 투자 다변화와 위험 분산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자산 배분 체계를 유연하게 개선하고 투자 다변화를 막힘없이 추진해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2025~2029년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 전략을 보면 올해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국내주식 14.9%, 해외주식 35.9%,국내채권 26.5%, 해외채권 8.0%, 대체투자 14.7% 등으로 계획됐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 비중은 2029년에는 13%로 더 낮아진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단 11.5%에 머문다. 이는 2021년의 20%대 수준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2.04%, 2009년 13.09%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민연금은 앞으로도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려는 계획을 세워둔 셈이다.

국민연금은 해마다 비중을 높이는 해외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역대 최고 운용 수익률인 15%를 기록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출범한 이후 2023년 13.59%에서 지속적으로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

자산별 수익률은 해외주식 34.32%, 해외채권 17.14%, 대체투자 17.09%이다. 반면 국내채권은 5.27%, 국내주식은 –6.94%로 나타났다. 

사실상 해외투자에서 기금 수익 대부분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주요 글로벌 연기금 대비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보유한 120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운용기금을 활용해 국내 주식시장 투자 비중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시장과 정치권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해 9월 국민연금이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함께 개최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금융업계는 저평가된 대한민국 증시를 끌어올리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국민연금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했다.

토론회에서 금융투자협회는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어느 정도 유지만 해줘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일본 공적연금(GPIF)이 일본 국내 시장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고 일본 밸류업 정책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해외투자서 주로 돈 벌어, 국내투자 확대 요구에 응답 못 하는 속사정
▲ 지난해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 포트폴리오 현황.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지난해 12월 탄핵정국에서 국내 주식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국민연금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확대 매입해 시장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며 “국민연금으로 저평가된 국내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법 개정이나 시행령 변경이 필요하지 않아 신속히 실행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탄핵심판과 다음 단계인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연금을 필두로 한 연기금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500조 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동연 지사는 "국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연기금투자풀 등에서 시가총액 2500조 원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기준인 수익성과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 지속 가능성, 운용독립성의 원칙에 따르면 이런 정치권의 국내투자 비중 확대 요구에 따르기에 무리가 따른다는 의견이 많다.

해외 주식 및 채권시장은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국내 주식 시장은 수익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다. 또한 국내 주식은 해외 주식이나 채권 등에 비해 수익률은 낮은 반면 변동성은 크다.

따라서 기금의 장기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높은 수익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수익성과 전체 수익률 변동성 및 손실위험이 허용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는 안정성의 원칙에 따라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린다는 국민연금의 방침에 부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더구나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투자한 6천억 원과 이자를 포함한 1조1천억 원에 대해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5년 이례적으로 MBK의 홈플러스 인수를 위한 단기자금조달을 도왔다. 하지만 이번에 국민연금에 충분한 설명 없이 급작스럽게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국민연금도 황당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로 인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민연금으로서는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기가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 운용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주체로서가 아니라 밸류업의 경과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노력으로 국내주식의 수익률이 높아지면 국민연금의 중기 자산배분에서 국내 주식의 비중 확대가 후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국민연금 기금 운영의 공공성 측면에서도 국내주식 비중을 높이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수급자가 늘어나면서 2040년 정점을 찍은 뒤 자산 매각에 따라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기금운용위원회는 앞으로 늘어날 연금 지급액을 마련하기 위해 매년 수십 조의 자산 매각을 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증시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국내 주식 비중을 높이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 운용은 수익성 제고가 최우선 원칙 "이라며 "이외 다른 목적으로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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