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자체 신약보다 도입품목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어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유한양행은 도입품목으로 성장세를 유지해 연구투자비를 마련하면서 효율적인 연구개발(R&D)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 유한양행, 도입품목 의존도 높아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이 국내 제약업계에서 매출기준으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매출을 도임품목에서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
|
▲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 |
유한양행은 3분기 누적으로 매출 9643억8900만 원 가운데 상품매출이 7148억3100만 원에 이른다. 총매출의 74.1%가 상품매출로 이뤄지는 것이다.
상품매출은 기업이 상품을 직접 생산한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 상품을 도입해 일정 정도의 수수료를 붙여 팔아 번 매출을 말한다. 제약회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해외 도입품목 매출을 의미한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올해도 1조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등 외형적인 면은 키우고 있지만 도입품목에 많이 의존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도입품목 판권연장에 실패하게 되면 급격한 매출하락을 겪을 수 있다”고 파악했다.
실제로 대웅제약의 경우 올해 주요 도입품목 판권을 종근당에 넘겨주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유한양행은 대표적인 도입품목인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의 특허가 내년에 만료된다, 비리어드는 유한양행 매출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효자품목인데 특허가 만료되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 전체매출의 6.5%를 차지하는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는 올해 8월 재심사(PMS)기간이 만료됐다. 다른 제약사들의 제넥릭(복제약) 출시가 가능해져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이 두 약품의 매출공백을 메우지 못한다면 내년에는 국내 제약업계 매출 1위에서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그동안 외형성장에 집중하기 위해 도입품목을 계속 늘려온 경향이 있다”라며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자체 신약을 개발해 도입품목 비중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유한양행, 효율적인 연구개발 추진
유한양행은 체질개선을 위해 꾸준히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대형 신약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도입품목에 의존해 성장하는 전략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
|
▲ 유한양행이 2016년 3월2일 미국 항체신약 개발회사 '소렌토'와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한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하기로 계약을 맺은 뒤 소렌토 헨리 지사장(좌측)과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특허가 만료되는 제품의 공백은 신규 도입품목이나 제네릭(화학적 복제약) 출시로 어느 정도 메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그동안 많은 대형 도임품목을 취급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영업능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을 말할 수는 없지만 지속적인 매출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도입품목으로 외형을 성장시킨 뒤 그 수익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성과를 낸다는 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약은 연구개발과정을 거쳐 상품화되기까지 수천억에서 조 단위까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단 신약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여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연구개발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를 늘리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유한양행은 늘어난 매출을 바탕으로 점차 연구개발비를 늘려나가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효율적인 연구개발을 투자를 위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외부와 기술을 공유하고 성과를 나누는 것으로 이를 활용하면 연구개발 비용을 낮추고 실패 위험성도 줄일 수 있다.
유한양행은 2010년 공격적인 외부투자를 하며 본격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시작했고 올해도 바이오벤처회사 ‘파멥신’, ‘소렌토’ 등 5곳에 352억 원을 투자했다.
유항양행 관계자는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가 다른 제약사들보다 적다는 지적도 있지만 외부투자 등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않은 돈을 연구개발에 사용하고 있다”며 “투자비용과 성공가능성 등을 비교해 검토하며 최대한 효율적으로 신약개발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