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민 한진 사장은 물류회사 한진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만한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잠재력을 키우는데 힘쓰고 있다. <한진> |
[씨저널] 한진그룹은 형제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잦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 사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도발한 경영권 싸움에 맞서 손을 잡고 승리를 거뭐쥐었는데 과연 끝까지 협력할까?
"좌석 하나 하나를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 시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대한항공을 최고로 쳐준다는 자신감도 과감한 광고를 진행할 수 있는 힘이 됐다."
조현민 한진 사장의 말이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과거 오너 일가의 다툼 속에서도 굳건히 유지되어 왔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 사장 남매의 시대에도 변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조현민 사장이 한진을 중심으로 경영 보폭을 넓혀가면서, 장기적으로 남매가 계열 분리를 추진할 것인지 혹은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 조현민의 한진 지배력 확대와 신사업 강화
조현민 사장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 5.73%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물류회사 한진 지분 매입을 통해 지배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 사장은 2024년 6월 약 2억 원 규모의 한진 주식을 장내 매수하며 지분율을 기존 0.06%에서 0.13%로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사업은 오너 일가가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이자 심판대와 같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 사장은 부동산 개발·공급업, 데이터 사업, 광고업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을 한진에 추가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설립한 도로 정보 데이터베이스 사업 회사인 휴데이터스는 조 사장이 2019년 한진의 신사업 사내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설립한 회사다.
조 사장은 개인 자금을 출자하여 휴데이터스 지분 4.82%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휴데이터스는 아직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매출 규모는 1년 만에 70배 이상 성장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조 사장은 이커머스 사업 성장을 돕는 ‘원클릭 스케일업 서비스’, 기프트 카드 플랫폼 ‘내 지갑 속 과일’, 친환경 업사이클링 플랫폼 ‘플래닛’, 물류 전문 지식 플랫폼 ‘로지덕스’ , K-패션 해외 진출 지원 플랫폼 ‘숲’ 등 다양한 신사업을 주도하면서 한진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 사장의 이런 신사업 운영능력은 과거 대한항공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도드라졌다.
그는 과거 대한항공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혁신적 광고 영상을 제작해 새로운 관점에서 사업을 꾸려나갈 역량을 보여준 바 있다.
기존 항공사 광고에서 고정적으로 등장했던 노선도와 승무원을 과감히 없애고 아프리카 케냐의 경관을 느낄 수 있도록 대한항공 광고를 제작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항공업계에서는 관광청 광고 같다는 비판도 일었지만 조 사장은 목적지를 강조함으로써 여행지 시장이 커지고 대한항공이 들어설 자리도 커진다는 철학 아래 광고를 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그의 경영전략은 한진의 향후 신사업 추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조현민 한진 사장이 2023년 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언박싱데이' 콘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서 '물류를 소비하는 시대, 한진의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한진> |
◆ 경영권 분쟁의 흑역사와 조현민의 역할
조현민 사장이 한진에서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실상 독립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현민 사장은 과거 이른바 ‘남매의 난’으로 불리는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조원태 회장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다.
조현민 사장은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간의 경영권 다툼에서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며 남매 경영체제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햇다.
조현민 사장의 지분은 KCGI 등 외부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조현민 사장은 한진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조현민 사장에게 경영권 방어에서 큰 빚을 진만큼 한진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경영 노선을 걷게 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조 사장과
조원태 회장 모두 아직 젊고, 한진그룹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완전한 통합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계열분리를 내다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더구나 대한항공의 항공사업과 한진의 육상 물류 사업 사이 시너지를 고려하면 계열분리보다는 한진그룹이라는 한 지붕 아래서 경영을 꾸려나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사장으로서는 한진 지분을 꾸준히 늘려나가면서 책임경영을 실천하면서 장기적으로 때를 기다릴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 계열 분리 가능성과 한진그룹의 미래
한진그룹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끊임없이 흔들린 흑역사를 지니고 있다.
범한진가는 조중훈 창업주가 2002년 세상을 떠나면서 유언에 따라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에게는 대한항공, 차남 조남호 회장에게는 한진중공업을, 고 조수호 회장에게는 한진해운, 4남인 조정호 회장에게는 메리츠금융(당시 동양화재와 한진투자증권)을 물려주는 것으로 승계가 결정됐었다.
하지만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유언장 조작을 주장하면서 결국 법정다툼으로 비화되기까지 했다.
육상과 해상, 하늘 모두에서 최고의 수송그룹이 되겠다는 조중훈 창업주의 목표는 퇴색됐고 조양호 선대회장 사후에는 ‘남매의 난’이 재현되면서 혈육 사이 다툼은 이어졌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과
조현민 사장 체제에서는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갈등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조 회장과 조 사장 사이 과거와 같은 상속 분쟁이나 경영권 다툼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현민 사장이 과거 경영권 분쟁에서 공이 워낙 컸을 뿐만 아니라 한진의 신사업에서 꾸준히 성과를 보이고 있어서다.
계열분리 역시 섣불리 추진할 경우 그 과정에서 분쟁의 여지를 남기게 되고, 그룹의 확장역량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화될지 속단할 수 없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민 사장은 과거 오너 일가의 다툼으로 인해 그룹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었던 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서로 협력하여 그룹의 안정적 성장을 추구할 것으로 시각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