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기홍 대한상의 문화관광산업위원장이 2024년 11월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전재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초청 대한상공회의소 문화관광산업위원회 제25차 회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씨저널]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은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의 '경영 멘토'로 일찍이 선택받았다. 그를 낙점한 것은 다름 아닌 조양호 선대회장이었다.
“조양호 선대회장을 모시는 사람들은 힘들었지만 대한항공을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게 한 동력은 조 회장의 깐깐한 주인의식이었다."
조양호 선대회장의 별세 뒤 대한항공 안팎에서 나온 평가다. 생전 직원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 직원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안다고 주창했던 조양호 선대회장은 인재를 뽑는 과정에서도 꼼꼼하고 철저함을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양호 선대회장이 항공업에 관해 필요한 정비, 자재, 영업 등 모든 것을 꿰뚫기 위해 노력하는 완벽주의 성향이었기에 그를 보좌하는 KAL맨들도 뛰어나야 했다.
이처럼 깐깐한 조양호 선대회장에게 그 어떤 KAL맨보다도 뛰어난 능력과 충성심을 갖춘 인물이 눈에 띄었으니 그가 바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 조양호는 왜 우기홍 선택했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을 멘토로 삼게 된 배경에는 조양호 선대회장의 깊은 고려가 있었다.
조양호 회장은 2016년
조원태 당시 총괄부사장에게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맡긴 뒤, 2017년
우기홍 경영전략부문 부사장을 공동 CEO로 임명하며 후계 구도를 확고히 했다.
이는 단순히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을 넘어, 젊은 후계자가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 수 있도록 노련한 ‘경영교사’를 붙여주는 형태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우 부회장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교사이자 핵심참모로서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JV) 체결을 이끌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2013년 단절됐던 공동운항(코드셰어)를 2018년 다시금 되살렸다.
두 회사는 미주 290여개 항공노선을 공유했고 대한항공은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과 북미 점유율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우기홍 사장은 이와 같은 굵직한 현안을
조원태 회장과 해결해 나가면서 조양호 선대회장 체제에서
조원태 회장 체제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우 부회장을 조양호 선대회장이
조원태 회장의 참모로 붙여줄 당시 대한항공 내부 임원들의 연령대가 높아 젊은 조직을 구성하겠다는 의지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기홍 사장은 1962년생으로 이 무렵 한진그룹 안에 재직하던 전문경영인 가운데 가장 젊은 축에 속했다.
▲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2024년 5월23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안전운항시설 및 안전관리체계 소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최연소 상무’ 타이틀, 트럼프에게 칭찬받은 우기홍
조양호 선대회장이
우기홍 부회장을
조원태 회장의 멘토로 선택한 데에는 그의 탁월한 능력이 크게 작용했다.
우기홍 부회장은 1985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곧바로 대한항공의 핵심부서인 기획관리실로 배치됐다.
예나 지금이나 기획관리실에서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것은 곧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뛰어난 시야를 지녔음을 의미한다.
우 부회장은 '한국 제조업에 대한 구조-성과분석'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지만 제조업과 관련된 시각뿐만 아니라 여객 서비스 전략과 관련된 안목도 뛰어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우 부회장의 경영 잠재력은 그를 대한항공의 최연소 상무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우 부회장은 대한항공에서 근무한지 18년 만에 여객 마케팅 담당 상무에 오른 뒤 2008년 뉴욕여객지점장, 2010년 미주지역본부장을 역임했다.
미주노선과 유럽노선과 같은 장거리 노선은 고단가 항공권과 비즈니스 수요가 집중돼 수익성(Yield)이 영업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띄고 있어 국내 항공사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우 부회장이 미국에서 근무하던 2000년대 중반에는 미주·유럽노선이 대한항공 국제여객 매출의 절반 이상인 52%, 전체 여객 매출의 45%를 차지하면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만큼 대한항공에서 우 부회장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우 부회장은 한진그룹의 조직 안정화와 혁신을 위한 리더십의 토대를 쌓게 된다.
미주 사업본부와 여객사업본부 등을 맡으면서 미국 항공업계에 두터운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온 것은 그의 큰 자산으로 남아있다.
실제로 2019년 7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기홍 부회장을 두고 '천재 사업가'라고 칭찬한 일화는 그의 역량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 기업인 간담회’에서 삼성·현대차·LG 등 기업 총수들이 자리한 가운데 참석자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기홍 우, 어디 있나요? 여러분들은 천재 사업가(business genius)입니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우 부회장이 국제적으로도 비즈니스 리더로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우 부회장은 대한항공의 핵심인 여객사업과 경영전략 분야에 정통하며, 뛰어난 소통 능력으로 직원들에게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조양호 선대회장은 우 부회장의 이러한 역량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아들
조원태 회장의 멘토 역할을 기대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