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임기를 3개월 남겨두고 내부통제 강화와 신뢰회복 과제를 무겁게 안게 됐다.
산업은행은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내부 지침을 위반한 반복적 부당대출과 청탁 등 임직원 비위가 적발됐다. 강 회장이 강조해온 ‘완벽한’ 내부통제 체계 확립에 흠집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수백억 원대 부실여신 적발에 내부통제 강화 과제를 무겁게 안게 됐다.
7일 산업은행은 전날 발표된 감사원의 부실여신 중심 정책자금 운영실태 결과와 관련해 정해진 기간 안에 지적사항에 관한 조치를 완료하고 같은 사례 재발방지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최근 산업은행의 여신심사, 구조조정, 투자 및 대출 등 운영 전반을 조사해 위법·부당사항 20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는 산업은행 전 지점장이 1년6개월여에 걸쳐 반복적으로 내부지침을 위반한 부당대출로 100억 원대 손해를 입힌 사례도 포함됐다. 금융권의 고질적 문제인 임직원 비위, 온정주의 등에 따른 내부통제 부실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부당대출 사례는 직원이 대출브로커와 결탁해 대출심사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한도를 늘리고 정부의 코로나19 특별운영자금을 부실한 기업에 대출해주는 등 여러 방면에서 내부통제 실패가 계속됐다.
산업은행은 2017년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알선을 금지하고 있는 데도 브로커가 연루돼 다수의 부실기업에 수백억 원 대출이 실행됐고 수천만 원에서 1억 원대의 알선 대가가 오갔다.
부당대출을 실행한 지점장은 여신거래업체 7곳에 그의 아들, 딸의 채용을 청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장기간 여러 내부 지침을 위반하는 부당대출 사태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체계와 업무문화 등 조직 자체 시스템의 부실, 관리감독 미흡에 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실제 내부감사에서 여신규정을 6번이나 위반한 직원에도 인사기록에 남지 않는 ‘주의’ 조치만 내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감사원도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회장을 명시해 앞으로 부실대출 사고에서 조사를 소홀히 하거나 관련자를 온정적으로 처리하는 일이 없도록 감사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강 회장이 직접 내부 직원 개개인을 관리·감독할 수 없다고 해도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에 관한 역할과 책임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 감사원은 6일 한국산업은행의 부실여신 중심 정책자금 운영실태 주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산업은행은 정부가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대표적 정책금융기관이다.
이 말은 국민 세금과 정부 출자 등 공적자금으로 운영되는 은행이라는 뜻이다. 국가 경제와 산업 육성이라는 설립 목적에 따라 하는 일도 기업구조조정, 기업대출, 벤처기업 육성, 공공개발사업 등 시중은행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런 산업은행에서 정부의 특별지원금 등을 부실기업에 대출해주는 부당대출, 비리가 발생하면 정책금융의 공정성과 대외 신뢰도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과 또 다른 의미에서 내부통제를 통한 여신심사 등 업무의 투명성, 신뢰 확보는 산업은행 수장의 중요한 책무다.
강 회장도 내부통제 강화를 핵심 경영과제로 내걸고 강조해왔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이 창립 70주년을 맞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불확실성이 만연한 때에는 사소한 디테일까지 확인하는 완벽함이 요구된다”며 “산업은행이라는 ‘탑’에 금이 가지 않도록 신용관리, 리스크관리, 자금 및 자본관리, 금융소비자 보호 등 내부통제 관리체계를 빈틈없이 강화해가자”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에 따라 2024년 7월 내규를 개정해 이사회 산하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체계 보완에 힘을 실었다.
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심사평가부문과 리스크관리부문 부실발생의 선제적 예방을 강조했다.
강 회장은 2022년 6월 산업은행 회장에 올라 올해 6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산업은행 연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2023년 상반기 부실여신에 따른 징계는 2건, 주의 11건, 의견통보 3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에는 부실여신 관련 징계가 1건, 주의는 22건, 유의 3건, 개선 1건, 의견통보는 5건으로 늘어났다.
2022년 3분기부터 2024년 3분기까지 공시된 금융사고는 10억 원 미만 금품수수 행위 1건이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