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3-06 17: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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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규 신도리코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취임 1년이 된 지금까지 인수합병이나 신사업 투자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사무용 복합기 제조기업 신도리코가 지난해 투자은행(IB) 전문가인 서동규 대표이사 사장을 영입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수합병이나 신사업 투자 움직임이 없다.
신도리코는 기존 주력 사업인 사무용 복합기 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3D 프린터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서 사장이 투자업계 경험을 살려 신사업 확장과 기업 인수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6일 신도리코 안팎을 종합하면 본업인 복합기 사업은 종이 수요 감소로 인해 저물어가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대신 그간 쌓은 사내유보금(현금)과 부동산 자산이 풍부하다.
2024년 9월 말 기준 신도리코의 유동자산은 9584억 원에 이른다. 현금성 자산 820억 원, 단기금융상품 5821억 원을 합치면 빠른 시일 내에 융통할 수 있는 돈만 6641억 원이다. 부채비율은 약 7.1%에 불과하다.
부동산 자산도 상당하다. 신도리코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유형자산 및 투자부동산의 장부가액은 1220억 원(2024년 9월 말 기준)이지만, 현재 약 8천억 원대로 추정된다.
곳간에 쌓여있는 현금성 자산을 활용하기 위해 신도리코는 신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2022년 전략적으로 신사업을 발굴할 미래사업실을 신설했고 오너3세 우승협 상무를 앉혔다. 2023년에는 미래사업실을 미래사업본부로 격상시키고 우승협 전무를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에는 삼일회계법인과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역임한 서 대표를 영입했다. 서 대표는 신도리코 임원으로서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신도리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신도리코 등기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는 2억7천만 원이다. 5억 원 이상을 받은 임원도 없었다. 서 대표는 그보다 약 5배 많은 보수(약 14억 원)를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도리코는 서 대표에게 1월부터 12월까지 근무일수를 고려해 매월 1억1668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지난해 9월 말 누적 기준으로는 약 10억 원을 지급했다.
실제로 신도리코가 2024년 2월14일 주주총회에서 서 대표를 신규 선임한다고 공시한 후 신도리코 주가는 2월15일 3만6100원에서 다음날 4만1750원으로 15.6% 급등했다. 서 대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인수합병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공시된 신도리코의 타법인 출자 현황을 살펴봐도, 기존 계열사만 포함될 뿐 신규 투자는 확인되지 않는다.
▲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근무 확산으로 종이 사용이 줄어들면서 신도리코의 실적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신도리코가 신사업을 서두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도리코가 신사업을 서두를 필요성이 큰 이유는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도리코는 2024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억 원이지만 순이익은 731억 원이다. 이는 본업보다는 금융수익과 임대수익이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근무 확산으로 종이 사용이 줄어들면서 신도리코의 실적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도리코는 2021년 매출 3218억 원에 영업이익 43억 원을 기록했으나, 2022년에는 매출 3781억 원에 영업손실 22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2024년 영업이익은 201억 원으로 늘었지만 이는 비용을 통제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신도리코는 매출원가나 판관비에 포함되는 인건비를 줄여서 이익을 늘렸다.
신도리코의 직원 수는 2021년 434명, 2022년 305명, 2023년 281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연간 급여 총액도 2021년 324억 원에서 203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21년 1.34%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은 2023년 6.4%, 2024년 5.9%로 상승했다.
서 사장이 신사업 투자에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로는 과거 3D 프린터 사업 실패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도리코는 2015년 3D 프린터 시장에 진출했지만, 2023년 사업을 접었다.
신도리코 관계자는 “3D 프린터 사업 경쟁심화 및 지속적인 사업부진에 따라 향후 전사적 자원 효율화를 통해 핵심사업으로 역량을 집중하고자 2023년 3D 프린터 영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당분간 영업강화에 집중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사내이사에 김희수 국내영업본부장과 김용기 해외영업본부장을 신규 선임하려는 것도 영업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