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가 테슬라 소비자의 반감을 사고 브랜드 이미지 훼손에도 영향을 미쳐 테슬라 기업가치에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이 2024년 10월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실질적으로 역할을 강화하며 기술 혁신가의 이미지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연히 일론 머스크의 리더십과 존재감에 크게 영향을 받아 고평가됐던 테슬라 기업가치도 일반 자동차 제조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점차 낮아질 가능성이 힘을 얻는다.
로이터는 5일(현지시각) “테슬라의 미래는 세상을 놀라게 할 기업이 아니라 GM과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주주들이 일론 머스크의 야심찬 미래 신사업 전략에 기대를 걸기보다 전기차 판매량 감소와 같은 현실적 측면에 더욱 집중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일론 머스크는 자율주행 기반 무인택시(로보택시)와 인공지능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등 신사업이 미래에 전기차 사업 규모를 크게 뛰어넘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테슬라 주가도 이런 신사업에 주주들의 기대를 반영해 실적 전망보다 훨씬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로이터는 조사기관 비저블알파 분석을 인용해 테슬라의 주가수익률이 현재 100배 이상으로 자동차 제조사인 GM의 20배와 비교해 훨씬 고평가돼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일론 머스크의 이러한 ‘마법’이 더 이상 이전과 같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럽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당장의 실적 부진 리스크가 미래 성장성보다 더 뚜렷하게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1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월보다 4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자동차 시장이 성장세를 보인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대통령의 측근으로 자리잡아 미국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 정책을 앞세워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 인상 등 정책을 압박하고 있다. 다수의 국가가 이러한 영향을 받아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자연히 이는 일론 머스크를 향한 반감으로 이어졌고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극단적 정책을 반대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테슬라 차량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 테슬라 차량 소유주들이 ‘일론 머스크가 미치기 전에 구매한 차량’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 테슬라 로보택시 전용 전기차 신모델 '사이버캡'. |
일론 머스크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며 테슬라 경영에 집중하지 않게 됐다는 점도 주주들에 우려를 키우는 요소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일론 머스크는 이미 스페이스X와 xAI, X 등 다양한 기업의 경영을 맡아 역량이 분산되고 있는데 정치적 역할까지 확대하는 것은 테슬라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의 존재감과 역할에 힘입어 가파른 주가 상승폭을 보여 왔던 기업인 만큼 주주들의 실망감은 주가 하락을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5일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279.1달러로 올해 초와 비교해 26.4% 낮은 수준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도 트럼프 정부에서 일론 머스크의 역할 확대가 테슬라 주가에 예상과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테슬라가 로보택시를 비롯한 사업에서 트럼프 정부 정책에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장 일론 머스크의 이미지 훼손이 테슬라 실적에 미치는 타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앞으로 몇 달 동안 매우 중요한 시험대에 놓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테슬라 기업가치에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수혜 기대가 대부분 지워진 상황에서 1분기 실적 부진이 확실시되는 만큼 주가가 더 큰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핵심 신사업으로 앞세운 로보택시 서비스가 예정대로 올 여름 텍사스주에서 상용화될 수 있을지도 관건으로 꼽혔다.
테슬라가 그동안 여러 신규 서비스나 차량 출시 및 공개 일정을 미뤘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상용화 시점이 늦어진다면 주주들의 실망감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지금부터 6월 사이에 이뤄지는 변화들은 테슬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일론 머스크가 더 이상 테슬라의 ‘슬럼프’를 피해가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로이터는 전기차 실적 부진과 일론 머스크의 이미지 훼손이 이어진다면 테슬라의 기업가치가 GM과 같은 자동차 제조사 수준으로 평가되기 시작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