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의 티몬 인수 행보는 사업 다각화와 관련해 끊임없이 도전한 끝에 나오는 첫 대형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아시스는 애초 2023년 초 기업공개에 도전했다. 당시 모두 1094억 원을 시장에서 조달하고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369억 원을 인수합병에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아시스는 당시 “구체적 취득 대상 선정하지 않았지만 수직계열화를 위한 청과업체, 무인 자동차 시스템 개발을 위한 자동화 기반 기술 기업, 배송 내재화를 위한 배송 업체 등 시너지 낼 수 있는 회사 인수 최우선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인수합병의 방향을 제시했다.
비록 고금리 한파 탓에 공모시장의 분위기가 얼어붙어 상장은 좌절됐지만 이후에도 오아시스의 도전은 계속됐다.
오아시스가 새 사업으로 사세를 키우겠다는 의지가 가장 크게 드러난 사건은 지난해 있었던 11번가 인수전에 후보로 나섰던 것이다. 오아시스가 11번가를 인수하기 위해 해당 기업과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이커머스업계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선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 일반 판매자의 제품을 중개해 판매하는 오픈마켓 플랫폼을 산다는 것 자체가 다소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오아시스의 11번가 인수 시도 역시 불발됐지만 티몬 인수를 눈앞에 두면서 곧 새로운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아시스의 역사를 볼 때 오아시스가 덩치 큰 플랫폼을 품에 안아 도약하는 것이 실현 불가능한 장밋빛 미래만은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아시스는 현재까지 신선식품 새벽배송만으로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다. 2018년 온라인몰 오아시스마켓을 내놓으면서 새벽배송에 뛰어든 뒤 여태껏 분기 기준으로 단 한 차례도 영업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다.
비록 분기별 영업이익 규모가 분기별 평균 수십억 원 규모에 그치지만 다른 중소 이커머스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 모두 적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아시스의 성과 의미를 축소하기는 어렵다.
오아시스가 흑자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경영진의 철저한 내실경영 기조 덕분이라는 것이 이커머스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비록 성장 폭이 크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안준형 대표이사를 비롯한 오아시스 경영진의 목표라는 것이다.
오아시스의 내실경영은 광고선전비의 비중이 0%대라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2023년 기준 오아시스의 광고선전비 지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0.7% 수준이다. 광고를 거의 하지 않고 입소문만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는 뜻인데 이렇게 만으로도 최근 고객 200만 명을 모았다. 거래액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최소 수억 원 규모를 들여 유명 연예인을 홍보모델로 발탁해 플랫폼을 알리는 다른 이커머스 기업과 대비된다.
오아시스가 적어도 흑자를 내는 노하우를 다져온 기업인만큼 티몬을 빠르게 흑자 플랫폼으로 전환하는데 성과를 내지 않겠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 오아시스가 티몬 인수를 확정한다고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물론 티몬의 성격이 오아시스와 매우 다르다는 점은 극복해야할 문제다.
티몬은 오픈마켓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일반 판매자들이 플랫폼에 입점해 상품을 올리면 이와 관련해 거래를 중개해준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상품을 직매입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직매입 사업을 메인으로 한다.
이커머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아시스가 가진 강점은 장보기 요인에 특화해있다는 것인데 티몬의 고객층과 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티몬을 인수함으로써 고객층을 넓혀 거래액을 높이는 그림을 그리고 있겠지만 티몬의 고객이 오아시스로 이동한다는 보장이 없다.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티몬이 흑자를 내본 경험이 없다는 점도 불안한 요인이다. 티몬은 2022년과 2023년에만 각각 1526억 원, 2488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티몬이 창사 이후 2022년까지 기록한 누적 영업손실은 1조26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아시스를 이끄는 안준형 대표는 회계사 출신의 전문경영인이다. 회계사에서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회계사 복직 준비하던 중 오아시스에 합류했다.
오아시스 합류 초창기만 해도 IR조직조차 없어 직접 발로 뛰며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오아시스의 성장성을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2022년 대표이사에 취임해 오아시스의 상장 과정도 주도했다.
안 대표가 티몬 인수를 확정하게 되면 오아시스 입장에서는 이른바 3.0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오아시스는 2011년 첫 창업 당시 오프라인 생활협동조합 매장으로 출범했다. 약 30여 곳에서 유기농과 친환경 상품을 전문적으로 공급했다. 2018년 8월 온라인몰 오아시스마켓이라는 브랜드를 정식으로 내놓으면서 2.0시대에 들어갔다.
티몬을 품에 안으면 이용자 수 단순 합산 기준으로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11번가 등의 뒤를 이어 5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