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이브에너지 관계자가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현장에 전시 부스를 나서며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인터배터리’ 행사를 조망하며 두 나라가 기술 협력을 할 필요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나서 관심을 끈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그동안 중국 산업을 견제하는 서구권 분위기에 한중 협업에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정부의 지원 축소로 상황이 바뀌어 중국과 맞손을 잡는 게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각)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인터배터리 행사를 조명하며 “한국과 중국의 협력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인터배터리 행사는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등이 주최해 한국에서 여는 배터리 전시 행사다. 2013년 첫 개최 이후 올해로 13회를 맞이했으며 2023년과 2024년에는 유럽에서도 열렸다.
글로벌타임스는 BYD와 이브에너지 등 중국 대형 배터리 업체가 올해 처음으로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BYD와 이브에너지는 2024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각각 2위와 9위를 차지했다.
실제 올해 인터배터리 행사에는 지난해보다 17곳 늘어난 79곳의 중국 배터리 및 소재 업체가 전시 부스를 꾸렸다. 이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이번 행사 참여를 통해 한국 등 외국 기업과 협업 기회를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행사에 한국 대표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참여한 사실을 전하면서 중국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협력을 추진한다면 자연스럽게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시했다.
중국은 세계 전기차 공급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국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가운데 75% 이상을 생산한다. 배터리 음극재와 같은 경우 90% 이상이 중국산이다.
이러한 공급망은 BYD뿐 아니라 샤오미 등 신생 전기차 기업이 급성장하는 데 중요한 뒷받침이 됐다. 배터리는 구입해 쓰고 차제 및 차량용 운영체제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수요 위축이 길어지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경쟁 격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친환경차(순수전기차+하이브리드차)는 1290만 대에 이른다.
▲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에코프로 전시 부스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SK온 기업 로고도 뒤편에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
더구나 중국 거시경제 성장 부진에 따른 수요 위축도 자국 내에서 배터리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5일 보고서를 통해 “치열한 경쟁으로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 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해외 수출 확대가 가장 효과적 대책으로 꼽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및 규제 강화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한국 배터리 업계와 협력은 해외 진출 확대에 새로운 선택지를 열어줄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과 중국 배터리 공급망은 보완 관계”라며 서로의 약점을 채우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실제 한국 배터리 업계는 흑연과 같은 배터리 소재를 중국에서 공급받아 의존도가 높다.
여기에 기술 공동 연구, 기술 공유나 협력을 통해 고객사 수주를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그동안 기술 유출 우려 등으로 중국과 기술협력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한국 배터리 기업에 주력 판매처였던 유럽 시장에서 수요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서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기차 보조금 삭감 등 영향으로 사업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5일 인터배터리 현장에서 “유럽 헝가리 공장은 전방 수요가 워낙 어렵다 보니 예전과 달리 가동률이 상당히 낮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 배터리 업계로서는 미래가 불투명한 만큼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기회를 찾는 일도 충분히 고려할 만한 대안일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이나 유럽 외에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 진출에 한국과 중국의 공동 대응도 가능하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과 중국이 배터리 협력을 강화해 새로운 시장을 함께 개척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요컨대 한국 배터리 업계가 중국을 경쟁 상대로만 여기기보다 협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글로벌 시장 판도 변화에 대처 능력을 키울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중견 배터리 양극재 업체의 한 임원은 인터배터리 현장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중국 지배력이 압도적”이라며 “함께 할 수 있는 걸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