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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 '비싼 몸' 자체 브랜드에 발목, 김민덕 '투트랙' 전략으로 수익성 다진다

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 2025-03-06 14: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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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 '비싼 몸' 자체 브랜드에 발목,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7831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민덕</a> '투트랙' 전략으로 수익성 다진다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 사장이 '투트랙' 전략을 통해 자체 브랜드 육성 기간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패션업계가 내수 부진에 허덕이는 가운데 한섬의 자랑거리였던 자체 프리미엄 브랜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높은 원가와 입점 수수료가 실적 악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 사장은 “직접 만들기만 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면서 해외 브랜드 유통을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다지는 동안 잘 팔리는 브랜드를 끌어와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복안이다.

6일 한섬의 재무구조를 살펴보면 매출의 상당 부분이 자체 브랜드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섬은 국내 패션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한 대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타임’, ‘마인’, ‘시스템’, ‘SJSJ’ 등 자체 브랜드는 오랜 기간 백화점을 중심으로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며 국내 패션업계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사업 구조는 숫자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섬의 매출에서 이들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70%를 훌쩍 넘고 있다. 2021년 72.87%, 2022년 76.42%, 2023년 75.16%를 기록했으며 2024년 3분기 기준으로도 71.4%를 차지했다.

문제는 한섬의 이러한 사업구조가 오히려 실적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체 브랜드 매출이 이전 수준만 못한데다 원가 부담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한섬은 자체 브랜드 비중이 커 직접 제조에 따른 원가 부담이 높은 구조로 평가된다. 매출원가는 제품이나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 비용으로 원재료비·제조비용·유통비용 등이 포함된다. 한섬은 자체 브랜드 운영 비중이 큰 만큼 원재료비와 제조비 부담이 경쟁사 대비 높은 편이다.

실제로 한섬의 매출원가와 매출원가율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매출원가는 2022년 5972억 원, 2023년 6210억 원, 2024년 3분기 누적 4348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율도 38.7%, 40.6%, 41.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고환율에 의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인건비 증가 등으로 원가부담이 늘어났다”며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라 할인제품 수요가 늘어나며 매출도 감소해 매출원가율이 더욱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백화점·아울렛 중심의 유통 구조도 수익성 발목을 잡고 있다. 2024년 하반기 기준 백화점 최고 판매 수수료율은 32%, 아웃렛은 20%에 달한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백화점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고급 브랜드 특성상 구매력 있는 고객들이 직접 입어본 뒤 결제하는 경우가 잦다 보니 매출을 유지하려면 수수료 부담이 큰 오프라인 매장을 포기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섬 '비싼 몸' 자체 브랜드에 발목,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7831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민덕</a> '투트랙' 전략으로 수익성 다진다
▲ 한섬이 타임, 마인 등 자체 브랜드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부가적으로 해외 브랜드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한섬의 대표 브랜드 ‘타임’. <한섬>

물론 한섬이 온라인 매출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온라인은 오프라인 매장과 비교해 마케팅·수수료 부담이 적어 비용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 한섬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23년 20.3%에서 2024년 21.4%로 매년 소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섬의 온라인 매출 확대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섬은 ‘패밀리 세일’ 같은 대규모 행사 외에는 별다른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가격 차이가 없다 보니 직접 입어볼 수 없는 온라인에서 굳이 구매할 유인이 적다는 지적이다. 

김민덕 사장은 ‘투트랙’ 전략으로 부진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해외 브랜드 유치를 병행해 실적을 보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섬의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자체 브랜드가 성장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섬은 2023년부터 부진의 늪에 빠진 상태다. 한섬은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289억 원, 영업이익 1005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0.9%, 영업이익은 40.3% 감소했다.

지난해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한섬은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4853억 원, 영업이익 635억 원을 냈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36.8% 감소했다.

이에 한섬은 최근 ‘리던’, ‘피어오브갓’, ‘무스너클’ 등 다양한 해외 브랜드를 유치하며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패션 브랜드 가운데 해외 브랜드 비중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패션업계 대기업들은 자사 편집숍을 ‘테스트베드’ 삼아 다양한 해외 브랜드를 선보인 뒤 경쟁력이 입증된 브랜드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섬 역시 무이, 톰그레이하운드, 포럼 등 자사 편집숍을 적극 활용해 해외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소비 경기 침체로 한섬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성장 돌파구를 마련해가고 있다”며 “자체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해외 패션 포트폴리오 확대, 뷰티 및 라이프스타일 사업 확장 등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21년과 2023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했으며 올해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지난해 10월 발표된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 포함되지 않아 한 차례 더 기회를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지난 2년 동안의 실적 부진에도 재신임이 유력시되는 만큼 올해 성과에 대한 압박감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섬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매년 꾸준히 해외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며 “올해도 자체 브랜드 강화와 더불어 해외 패션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투트랙 전략으로 실적 개선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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