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태양광 풍력 복합 재생에너지 발전소. 중국 정부는 서북부 사막 지대에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 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할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자국의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서방권 국가들이 이 분야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사이 독점적 지위를 굳히려 한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중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명목으로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산업 확충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서북부 사막 지대에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대대적으로 건설한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탄소 배출량 정점 도달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신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친환경 에너지 발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에너지 생산량을 더욱 크게 늘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앞서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올해 1월 자국이 2021년에 수립한 2030년 친환경 에너지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중국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각각 888기가와트, 440기가와트에 이르렀다. 이는 2030년까지로 계획한 친환경 에너지 발전총량 1200기가와트를 넘어선 것이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다른 주요국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발전량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압도적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해 친환경 에너지 산업 경쟁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밀로 맥브라이드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팰로우는 3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중국이 친환경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과장이 아니다"며 "중국과 다른 모든 국가들과 격차는 엄청나며 이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 됐다"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 유통되는 친환경 에너지 산업 제품 가운데 약 60%는 중국산이다. 친환경 에너지 산업 제품에는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이차전지, 탄소포집 장비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중국산 제품이 없으면 이제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태양광 모듈 제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권 주요국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기 위해 관세를 도입하고 각각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탄소중립산업법(NZIA) 등을 통해 자국 내 친환경 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서방권 주요국들에서는 이와 같은 조치를 사실상 중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확충 계획을 내놓은 것은 서방 국가들이 지체하는 사이에 확고한 독점 지위를 굳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서 누리는 독점적 지위는 경제적 이익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와 청정대기센터(CRE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산업은 2024년 기준 자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25%를 견인한 것으로 평가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3조6000억 위안(약 2703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봤다.
CREA 연구진은 2023년과 비교하면 이는 오히려 위축됐던 편이라고 지적했다. 2023년에 친환경 에너지 산업은 GDP 성장의 약 40%를 견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꾸준한 성장을 이어온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산업은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 지난해에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CREA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산업은 2년 연속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한 대체 불가능한 핵심 부문이 됐다"며 "이에 따라 중국 정책 결정권자들은 해당 부문의 경제적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