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2025 인터배터리’에서 각자의 강점을 살린 제품을 선보였다. 각 회사 전시장.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에서 비롯된 실적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5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띈 곳은 LG에너지솔루션 부스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전시회 참가 기업들 가운데 가장 큰 540㎡(163평) 규모의 전시 부스를 꾸렸다.
▲ LG에너지솔루션이 선보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왼쪽)와 CAS 기술. <비즈니스포스트> |
전시장 한 가운데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가 전시돼 있었다. 기존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와 출력을 최소 5배 이상 높인 제품으로, 앞으로 원통형 시장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시장 메인 무대에 46시리즈 배터리를 내세운 이유는 테슬라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테슬라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테슬라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CAS(Cell Array Structure) 기술도 주목받았다. CAS는 46시리즈 배터리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로, 원통형 배터리 조립 시 발생할 수 있는 뒤틀림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배터리 셀을 수직뿐 아니라 수평으로도 적용할 수 있어 다양한 팩을 설계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도 46시리즈 배터리와 CAS 기술이었다.
이날 토미 호세아 GM 해외사업부문(GMI) 구매 및 공급망 담당 부사장이 LG에너지솔루션 전시장을 살펴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SK온은 세계 최초로 액침냉각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배터리들이 밑부분에 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식히는 방식이었다면 액침냉각은 배터리 셀 전체를 냉각 플루이드에 담가서 식히는 기술이다. <비즈니스포스트> |
SK온은 액침냉각기술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원통형 배터리 실물을 공개했음에도 관람객들은 액침냉각기술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액침냉각은 SK온이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기술이다. 기존 배터리들이 밑부분에 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식히는 방식이었다면 액침냉각은 배터리 셀 전체를 냉각 용액에 담가 식히는 기술이다.
SK온 관계자는 “SK그룹이 석유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배터리를 윤활유로 식혀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기술인 만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냉각 플루이드 개발은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가 담당하고 있다.
액침냉각기술을 적용하면 배터리 냉각 성능을 향상시키고, 셀 간 온도 차이를 줄여 충전 시간 단축과 수명 연장 효과를 가져온다.
박기수 SK온 R&D(연구개발) 본부장은 액침냉각기술이 2년 정도 후에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액침냉각기술이 완성될 동안 SK온이 꺼내든 또 다른 카드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다. SK온은 LFP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판세가 LFP 배터리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SK온이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면 실적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LFP 배터리로 성과를 낸 곳은 LG에너지솔루션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7월 르노와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 삼성SDI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업한 서비스 로봇인 ‘달이’를 전시했다. 달이에는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됐다. <비즈니스포스트> |
삼성SDI는 현대차그룹과 협업 내용과 함께 주력 각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열전파 차단 기술과 업계 최고 수준 에너지밀도를 구현한 전고체 배터리(ASB)로 각형 배터리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곽현영 삼성SDI 중대형마케팅팀 상무는 "앞서 밝힌대로 2027년 하반기 양산 스케줄에 맞춰 진행 중"이라며 "(전고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크기를 확장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부스 한 켠에는 현대차·기아 서비스 로봇인 ‘달이’가 전시돼 있었다. 달이에는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됐다.
달이는 관람객이 너무 가까이 몰리면 바로 앞으로 다가가 ‘조금만 뒤로 물러나 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음성인식으로 전시장 안내 등도 가능했다. 전시장이 시끄러웠는데도 지시 사항을 잘 알아들었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차가 전기차와 관련해 굉장히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협업을 계속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