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3-05 14: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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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여야가 상속세 감면 경쟁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상속세 공제액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부여당에서 상속세 부과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세 공제액을 18억 원으로 늘리는 이 대표의 방안보다 세금 부담을 더욱 줄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이 그동안 유산취득세 방식을 ‘부자 감세’라며 반대해왔던 만큼 향후 논의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5일 정치권 반응을 종합하면 유산취득세를 담은 기획재정부의 상속세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여야의 충돌이 예상된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제59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정부는 상속세 공제를 합리화하고 납세자가 승계한 자산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담하는 유산취득세로의 개편방안을 3월 중 발표하고 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도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최 권한대행의 개편을 상속세 개편에 힘을 실었다.
현재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이 적용돼 고인이 남긴 전체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상속인들이 연대 납세의무를 진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인이 받게 되는 금액을 과표로 해서 상속세를 매긴다.
따라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상속세가 개편되면 형제자매 등 재산을 물려받는 사람이 많을수록 산출세액이 줄어 결과적으로 세부담도 줄어든다.
배우자와 4명의 자녀가 있는 A씨가 사망하면서 50억 원의 재산을 남겼다고 가정하면, 현행 상속세 체계에서는 기본공제(5억 원)와 배우자공제(5억 원)를 제외한 40억 원에 상속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이 적용되면 50억 원을 5명이 각각 10억 원씩 나눠받은 뒤 각자가 10억 원에 대한 상속세만 내면 된다. 과세표준이 ‘40억’→‘10억’으로 낮아지는 데다 각각 상속받는 사람들마다 기본공제가 적용돼 상속세 부담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유산취득세 도입은 상위 1%에 몰아주는 ‘현금 선물’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유산취득세 도입 시 과표 10억 원 이상 상위 0.8%에 감세혜택 80%가 집중된다는 구체적 계산도 나와있다.
그동안 재계는 가업상속공제 개편과 함께 유산취득세 도입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2024년 7월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최고세율 50%(30억 원 초과)를 4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최고세율 구간 하나를 없애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고세율 인하의 혜택을 볼 인원을 2400명 수준으로 추산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근 SBS BIZ 직설에서 “30억 원 초과하는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사람들, 우리나라에서 초부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전체 상속세의 90% 이상을 내고 있다”며 “유산취득세 적용도 다른 상속세 과세표준 개정이나 자본이득세 동시적용 등 제도적 보완 없이 도입되는 건 결국 초부자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정부여당의 유산취득세 추진이 민주당의 동의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상황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보다는 상속세 ‘일괄 공제액’을 현행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배우자 공제액’을 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뼈대로 하는 ‘핀셋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테면 18억 원 아파트를 물려받아 세금 때문에 집을 팔고 이사를 가야하는 일은 막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국혁신당 등 다른 야권이나 시민사회는 민주당의 상속세 개편안도 비판하고 있어 유산취득세에는 더욱 강하게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아파트 가진 사람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건 민주당의 상속세 개편안만으로 충분하다”며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공제액 확대와 별개로 상속세 제도 자체에 변화가 생기는 일이라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