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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정액제 버렸다' 셈법 달라진 점주들, 쿠팡이츠로 무게중심 쏠리나

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 2025-03-05 14: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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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정액제 버렸다' 셈법 달라진 점주들, 쿠팡이츠로 무게중심 쏠리나
▲ 배달의민족이 정률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며 점주들의 플랫폼 집중 현상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정액제 광고 ‘울트라콜’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며 배달앱 수수료 체계가 정률제로 굳어지고 있다. 정액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받던 중복 노출과 비효율을 정리해 쿠팡이츠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정률제로만 운영하던 쿠팡이츠와의 차별성이 사라지면서 일부 점주들 사이에선 ‘굳이 배민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고민이 커지고 있다. 배민이 의도치 않게 점주들을 쿠팡이츠로 떠미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달앱 수수료 체계가 점점 단일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배민은 4월부터 정액제 광고 상품 울트라콜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정률제 기반 서비스로 운영 방식을 바꿔나간다. 울트라콜을 이용하던 점주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기존처럼 가게배달을 유지하려면 주문 당 6.8%의 수수료를 내고 ‘오픈리스트’에 가입해야 한다. 반면 배민이 배달까지 중개하는 ‘배민1’으로 전환하면 매출 규모에 따라 2~7.8%의 차등 수수료가 적용된다. 새롭게 적용된 상생 요금제에 따르면 매출 상위 35% 이내 점주는 7.8%, 35~50%는 6.8%, 50~80%는 6.8%, 하위 20%는 2.0%의 중개이용료가 부과된다. 

현재 주요 배달앱 가운데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정률제만 운영하고 있다. 배민까지 정률제로 전환하면 정액제 모델은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된다.

배민 관계자는 울트라콜 폐지와 관련해 “울트라콜은 동일 가게가 중복 노출되면서 고객과 점주 모두 불편을 겪고 복잡한 서비스 구조를 만드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같은 가게가 여러 번 노출돼 이용이 불편해지고 영세 점주들은 울트라콜 경쟁에서 밀려 노출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점주들 사이에서도 운영 방식이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 배민과 쿠팡이츠의 정률제를 함께 이용해왔으나 일부는 배민의 정액제와 쿠팡이츠의 정률제를 병행하며 각 플랫폼의 장점을 활용해왔다. 배민에서는 울트라콜을 통해 가게 노출 빈도를 높이고 쿠팡이츠에서는 빠른 배달과 고객 만족도를 내세워 주문을 끌어오는 전략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배민이 정률제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점주들이 배민과 쿠팡이츠를 동시에 운영할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 마련된 상생 요금제에 따르면 배민과 쿠팡이츠는 매출 규모에 따라 동일한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면 점주 입장에서는 주문이 더 몰리는 한 곳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플랫폼에서 누적 주문량이 늘어나면 알고리즘상 상단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두 플랫폼을 병행하던 일부 점주들이 쿠팡이츠로 무게를 옮겨 수수료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배민 정액제 버렸다' 셈법 달라진 점주들, 쿠팡이츠로 무게중심 쏠리나
▲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수 격차는 매달 좁혀지고 있다.

실제 배민과 쿠팡이츠의 입점업체 수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민 입점업체가 사용하는 ‘배민사장님’과 쿠팡이츠 입점업체가 쓰는 ‘쿠팡이츠사장님’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차이는 2023년 7월 20만 명에서 2024년 7월 13만 명, 2025년 2월 9만 명으로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쿠팡이츠 이용자 급증의 결과로 보고 있다. 손님이 몰리는 곳에 가게도 따라붙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배민과 쿠팡이츠의 MAU 격차는 매달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9월 1426만 명이던 차이는 올해 2월 1227만 명까지 좁혀졌다. 불과 5개월 만에 200만 명이 줄어든 것이다.

배민은 멤버십 유료화 이후 지난해 7~9월 ‘배민클럽’ 가입자에게 최대 1년간 묶음배달 무제한 무료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 이탈을 방어하고 있다. 하지만 혜택이 끝나는 순간 이용자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이츠의 MAU 추격 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민의 변화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울트라콜이나 가게배달 비중이 높았던 지방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배민이 순차적으로 종료하는 ‘울트라콜’은 이른바 ‘깃발 꽂기’ 방식이 적용된다. 업주가 원하는 지역을 설정하면 그 지역에서 배달앱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자신의 가게가 우선적으로 노출된다. 

문제는 지방의 경우 배달 주문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탓에 업주들 간의 ‘깃발 꽂기’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이다. 주문량과 상관없이 같은 지역 내에서 가게를 노출하려면 울트라콜을 여러 개 등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경쟁이 심한 지역에서는 한 업소가 여러 개의 깃발을 세우기 위해 울트라콜을 추가로 결제해야 한다.

게다가 지방은 평균 주문 단가가 낮아 매출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편이다. 울트라콜 비용은 매출과 무관하게 고정 비용이 지출되므로 상대적으로 높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온라인 업주 커뮤니티에서도 울트라콜 폐지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제기된다. 한 점주는 “울트라콜에만 매달 수십만 원을 쓰고도 광고 효과는 애매했다”며 “차라리 그 돈을 수수료 부담이 적은 포장 주문을 늘리는 데 쓰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배민 관계자는 “상생 요금제가 이제 막 도입된 만큼 업주와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용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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