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오는 28일 창사 이래 최초로 개최하는 ‘CEO 인베스터데이(Investor Day)’에서 이 대표는 에너지전환 사업에 관한 중장기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현대건설이 창사 이래 최초로 개최하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이 대표가 내놓을 에너지 사업 청사진에 시선이 몰린다. 현대차그룹에서 현대건설 최초의 1970년대생 이 대표를 세우면서 ‘에너지 중심 전략적 투자’에 기대를 걸고 있어서다.
이 대표가 현대건설의 에너지 사업에서 가장 앞선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사업으로는 단연 원전사업이 꼽힌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한국형 대형원전 34기 가운데 22기를 건설한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대형원전, 소형모듈원전(SMR), 원전해체,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원자력 전분야에 걸친 사업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현대건설 원전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직접 챙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올해 말 대형원전 분야에서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2단계인 설계·조달·시공(EPC) 본계약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신규 건설공사는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로부터 북쪽으로 200km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대형 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불가리아 원자력공사(KNPP NB)와 1단계 설계계약(ESC)을 맺고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에 이어 15년 만에 해외 원전사업 재개의 포문을 열었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코즐로두이 원전 본계약 규모를 8조 원 규모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 현대건설 해외수주 목표 7조5천억 원을 단번에 채울 수 있는 대형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전기 출력이 300MW(메가와트)급 이하로 기존 대형 원전과 비교해 안전성, 운전 유연성, 경제성 측면에서 장점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 SMR 분야에서도 올해 첫 삽을 뜰 준비에 착수했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과 협력하는 ‘팰리세이즈 SMR-300 FOAK(First-of-A-Kind, 최초호기)’ 설계를 2분기 안으로 마무리하고 연말 착공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팰리세이즈 SMR-300 최초호기 프로젝트는 미국 시카고에서 북동쪽으로 120km 떨어진 미시건주 코버트에 위치한 팰리세이즈 원전 단지에 300MW급 SMR 2기를 신설하는 사업이다.
이 대표는 지난 2월25일(현지시각) 현지에서 이번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알리고 2030년 상업운전 목표 달성을 다짐하기 위해 열린 행사(미션 2030)에 참여해 현대건설 대표로서는 첫 해외 공식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번 협약 행사에서 “현대건설은 2022년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전력 프로젝트 및 SMR 300 기술에 다각적 투자를 진행해왔다”며 “체계적 공급망을 구축하고 지역민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글로벌 SMR 산업의 신기원을 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오른쪽)와 크리스 싱 홀텍 회장이 2월25일(현지시각) 미국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단지에서 확장협력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
이 대표는 인베스터데이에서 수소와 관련한 중장기 밑그림을 내놓고 시장과 소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오는 20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소에너지사업을 새로 사업목적에 추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소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수소사업은 현대건설의 에너지 전환 분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꼽힘과 동시에 그룹에서도 선도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힘을 싣는 대표적 분야다.
지난해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4에서 현대차그룹은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브랜드로 확장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계열사 역량을 결합해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의 모든 단계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현대차그룹의 HTWO 전개와 발맞춰 수소 생산에 집중한 역량 확보를 내걸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전북 부안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의 총괄설계, 보령 청정수소사업 FEED(기본설계), 제주 12.5MW 그린수소 실증플랜트 개념설계 등을 수행하면서 수소 플랜트 역량을 쌓아왔다.
특히 2023년 5월 착공한 전북 부안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는 국내 최초의 상업용 청정수소 생산기지이자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설비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공급이 가능한 플랜트다. 부안 수소생산기지는 2026년부터 2.5MW 용량의 전기로 하루 1톤 이상의 수소를 생산해 부안군 내 수소 연구시설 및 수소 충전소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준공 뒤 5년 동안 이 시설을 운영하게 된다.
현대건설은 유기성 폐기물에서 추출한 바이오가스를 통해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는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해상풍력을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과 함께 축적해온 원전 사업 경쟁력을 활용한 핑크수소 생산 기반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3천억 원의 국내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 가운데 8조 원을 완성차 분야 이외의 부품, 철강 건설 등의 신사업 발굴에 투입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현대건설이 포함된 건설 분야가 SMR, 수전해 수소 생산,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인프라 구축 등 에너지 전환 관련 신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최근 빅배스(big bath, 대규모 부실털기)로 지난해 별도기준 2천억 원, 연결기준 1조4천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본 현대건설은 올해 사업 전반에 걸쳐 근본적 체질개선을 지속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업 특성상 에너지 전환 사업이 중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이 대표 체제에서 기반을 다질 원전 및 수소사업 방향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딛고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역대 최대인 1조1828억 원으로 세우면서 사업구조 전환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적 반등과 함께 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이 대표의 자신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대형원전을 포함해 SMR, 청정에너지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지속가능한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