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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미국 넘어 일본까지 대형 산불, 세계에서 '기후 화재' 늘어난다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5-03-05 13: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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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미국 넘어 일본까지 대형 산불, 세계에서 '기후 화재' 늘어난다
▲ 3일 일본 이와테현 오후나토시 주거 지역 인근에서 산불이 타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대형 산불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습도는 낮아지고 기온은 오른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기후변화가 원인이 되는 '기후 화재'가 그동안 산불 피해가 미미했던 곳에서도 발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5일 NHK는 일본 북동부 이와테현 오후나토시에서 발생한 산불이 일주일째 진화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기준 오후나토시 화재로 약 2900헥타르가 전소됐으며 89동의 건물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소방청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 규모는 1985년 이후 가장 컸다.

블룸버그는 이번 오후나토시 화재가 여러 모로 이례적인 산불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섬나라라 습도가 높아 산불이 크게 번지는 일이 드물고 도심 지역까지 피해를 입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앞서 올해 1월 발생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화재처럼 기후변화로 평년보다 건조하고 뜨거워진 환경이 산불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사무엘 만젤로 일본 도호쿠대 객원교수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세계적 추세로 봤을 때 전통적으로 산불이 자주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까지도 화재 발생 빈도가 늘고 있다”며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제대로 대비가 돼있지 않은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CBS는 미국 일리노이주 맥헨리 카운티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화재도 주거지역 인근에서 발생해 소방 당국이 신속한 대처에 나섰다.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기후학자 트렌트 포드는 CBS 인터뷰에서 “강수량 변동성이 심각해지고 단기적으로 건조한 시기가 찾아오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고 앞으로는 화재가 더 자주 발생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일(현지시각)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전역에 걸쳐 크고 작은 산불 175개가 발생해 비상사태가 발령됐다. 3일부터는 추가로 10개 화재가 더 발생해 규모가 커졌다.

ABC뉴스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조지타운 카운티 등 주거 지역 인근까지 번져 수천 명이 넘는 주민들이 대피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처럼  도심지까지 번지는 산불이 더 빈번해지고 피해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후변화에 미국 넘어 일본까지 대형 산불, 세계에서 '기후 화재' 늘어난다
▲ 3일(현지시각) 소방관들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ABC뉴스는 중국 허페이대와 호주 찰스다윈대 등 연구진이 협업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시티즈’에 등재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전 세계 기온이 상승하면서 그에 따라 도심 인근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할 확률도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연구진은 미국, 영국, 호주, 중국 등 20개국에 위치한 2847개 도시에서 화재 발생 빈도와 도심지 기온 변화 추이 등을 종합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1도 오를 때마다 차량 화재와 실외 화재 발생 빈도는 각각 3.3%, 6.9%씩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현재 기후변화 추이에 대입해보면 2100년에는 2020년대와 비교해 차량 화재 발생 빈도가 11.6%, 실외 화재 발생 빈도는 22.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룽시 허페이대 수석연구원은 ABC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분석에 따른 결과를 바탕으로 생각했을 때 현재 세계 각국이 갖춘 화재 대응 체계를 향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각국이 수립한 체계는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수준으로 이는 곧 화재 사상자와 경제적 피해 확대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대 기준 전 세계에서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약 5만 명, 부상자는 17만 명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후변화가 현 추세대로 이어진다면 2100년에는 매년 사망자가 33만5천 명, 부상자는 11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진은 각국이 파리협정을 준수할 수 있다면 이와 같은 피해자 수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협정은 세계 각국이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1.5도 아래로 억제하자고 협의한 조약을 말한다.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기온상승이 1.5도 아래로 억제되면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15만 명대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룽 수석연구원은 “도심 환경에서 화재 빈도의 미래 변동 추이는 아직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다른 화재 유형보다 인명 및 경제적 피해를 크게 입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후변화를 향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립된 화재 대응 전략은 향후 피해를 키우기만 할 가능성이 높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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